받아보고 책 두께에 놀라 이렇게 두꺼운 걸 왜 선택했을까

우리끼리 겁먹고는 후회하기도 했었어요^^

그래서 읽는 기간도 2주간이나 잡아놓고 오랜만에 모임을 가졌네요.

하지만,

요 책을 펼치기 시작하면서

생각보다 엄청 재미난 소설이란 것에 다시 한번 놀랐네요.

 

1910년대 스페인의 사볼타 무기회사를 둘러싸고 벌어지는 사건을

추리소설의 기법을 섞은 콜라주 기법으로

시공간을 이리저리 섞어놓은 특이한 형식의 소설이에요.

 

1차 세계대전이 끝난 스페인의 혼란스런 도시 생활이 주무대인데

유산자와 무산자 사이의 갈등, 가진자들끼리의 치킨게임, 

그런 속에서 이런 부르주아 세계의 일원이 되고자

꼭두각시 노릇을 하는 이들의 모습들을

다채롭게 보여주고 있죠.

 

묘사나 표현에 있어서도 작가의 개성이 돋보였는데요.

코랄이라는 곡예사 여인의 숙소를 찾아갔던 주인공 미란다가 전화기 있는 곳을 찾다

1층에 식당을 발견하는데요.

‘커다란 솥을 가운데 놓고 함께 죽을 떠먹는 지저분한 싸구려 밥집’이라고 해

전 또 빵~터졌네요.

거기다 코랄이 가스를 틀어 자살기도 하다 살아났을 때

미란다가 처음으로 한말이 ‘다음달 가스비가 많이 나오겠네’였어요.

 

그리고 스페인 배경이다 보니

부잣집 살롱에서 손님들이 마시던 셰리주와 크로켓 말로만 들어도 군침이 돌았고요,

바르셀로나의 람브라스 거리가 자주 등장하는데

현재 이 거리는 볼거리 많기로 유명하다는데 가보고 싶네요.

 

또한 이 책에서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드는 문구가 있었는데요.

‘노동자들의 권리회복 운동은 중세의 기우제가 연상된다’라는 말은

아무리 노력해도 결국엔 하늘의 운에 달렸다라고 말하는 것 같아

무척 슬퍼지더라고요.

 

근데 책을 읽고 나서

이 사볼타 사건의 보험금을 획득한 사람은 누굴까에

전 당연히 부르주아 꼭두각시 역할이었던 미란다라고 생각했는데

다른 분들은 다들 르프랭스의 가족들이라고 하네요.

책의 마지막엔 미란다에게

보험금을 타서 자신의 가족들에게 전해달라는

르프랭스 편지만 나와 있어 좀 애매하게 끝나거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