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에게나 아무것도 아닌 햄버거의 역사

제목 때문에 논픽션으로 생각한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 이를 것이 민음사에서 나온 다른 책 중에 <시끄럽고 엄청나게 믿을 수 없이 가까운>으로 유명한 조나단 사프란 모어가 쓴 육식과 관련된 논픽션이 있어서 헷갈릴 듯도 하다.

수록된 작품 7편 중 표제작인 <누구에게나 아무것도 아닌 햄버거의 역사>는 조현의 작품 스타일을 가감없이 보여주는 작품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작가는 이 작품에서 햄버거에 대한 여러가지 사실과 관계된 이야기들과 함께 햄버거를 파는 다국적기업과 사람들과의 소통으로 ‘시’를 이용하려 하는 부분이 나온다. 여기에서 이 부분도 처음에 나는 사실인 줄로만 알았는데,정확하게는 허구다. 처음에는 그저 웃어넘길 일이라고 생각했지만,읽으면서 점점 더 현실같은 허구에 공감이 가버렸다. 이것은 작가 조현의 공이 크다.

이러한 그의 작품 스타일은 다른 작품들에서도 드러난다. 보고서의 형식을 사용하고 T.S.엘리엇을 끌어들인 종이 냅킨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내려간 <종이 냅킨에 대한 우아한 철학>,외계인과 지구인의 소통을 다룬 <옛날 옛적 내가 초능력을 배울 때>,육체는 지구에,영혼은 외계인인 주인공의 이야기 <생의 얼룩을 건너는 법,혹은 시학>,<라 팜파,초록빛 유형지>,우연히 돌고래의 말을 알아듣게 된 주인공의 이야기를 그린 <돌고래 왈츠>,역사 속에서 비운의 운명을 살다 간 사람들의 뒷이야기를 그린 <초설행> 등 그의 소재는 정말 무궁무진하다.

일부 작품은 확실한 장르소설이고,다른 작품들은 순수한 소설이라고도 볼 수 있다. 그런데도 이 작품들 중 장르소설들이 더 확실히 기억에 남는다. 작품의 차이가 나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SF 작품집으로 보기에는 무리가 있는 것이 사실이다. 왜냐하면 작품들 대부분에서 문학적 형상화로 실존 인물들과 ‘시’와 사람들간의 소통이라는 형식을 통해 그저 평범한 소설이 아닌 조금 더 가치있는 작품으로 끌어올리고 있고,문학 형식을 다양하게 가져가는 구성을 취했기 때문이라고 볼 수 있다. 그 예가 보고서 형식으로 쓰여진 <종이 냅킨에 대한 우아한 철학>이라든지,작품에서 대화를 거의 배제하고 서술 형식으로만 쓴다든지 하는 것이 그것이다. 그래서 이 작품집이 읽는 사람에게는 다소 버겁게 느껴질 수 밖에 없는 이유다.

그러나,이 작품은 새로운 시도와 형식으로 조현이라는 작가의 이름을 알리는 데는 어느 정도 성공한 것으로 보여진다. 그의 첫 작품집이라는 사실만으로도 그의 다음 작품이 더욱 궁금해질 수 밖에 없는 이유이기 때문이다. 이 작품집에서 그는 SF와 순문학 사이를 왔다갔다하며 새로운 시도를 선보였다. 비록 약간은 난해하고 복잡한 서술이 주로 나오긴 했지만,작가의 앞으로의 행보가 더욱 기대되는 부분으로 작용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