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드 오스트레일리아

이 작품을 읽고 오래 전에 읽었던 동물을 주인공으로 한 케네스 그레이엄의 동화 <버드나무 숲에 부는 바람>이 떠올랐다. 이 작품은 모험을 떠나는 네 동물이 법정에 등장하거나 족제비 군단과의 전쟁 등으로 점차 성장해가는 과정을 그리고 있는데,동화임에도 인간 군상의 모습으로 빅적 동물들의 묘사가 자세했고 여기에 원작에서 가져온 일러스트들의 이미지가 더해져서 아주 재미있게 읽었던 기억이 난다. 하워드 앤더슨의 <올드 오스트레일리아>는 위 작품과는 정반대에 위치한 호주를 배경으로 펼쳐지는 동물의 모험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주인공인 오리너구리 앨버트는 자신의 삶에 만족하지 못하고 애들레이드 동물원에서 탈출하여 새로운 모험을 떠나기 시작한다. 그는 사막 어딘가에 존재한다고 믿는 올드 오스트레일리아를 찾기 위해 떠나지만 가도가도 끝이 없는 사막 속에서 거의 지쳐 쓰러져갈 때 쯤 웜뱃 잭을 만난다. 그와 함께 길을 떠나고 폰스비 광업소에서 게임으로 많은 돈을 따게 되지만 그 일로 다른 동물들의 표적이 된다. 이에 잭이 광업소에 불을 지르고 헤어지고 앨버트는 무법자로 낙인찍혀 쫓기는 신세가 된다. 그 사이에 만난 사기꾼 왈라비 시어도어,주머니쥐 버트럼에게 모든 걸 빼앗기고 목숨이 위협받게 되지만 기지를 발휘하여 결국 이들을 죽이게 된다..
이 작품은 사막으로 뒤덮인 호주가 아니었다면 제대로 이해하기 힘든 작품이 되었을 것이다. 호주라는 배경 자체가 대도시도 있지만 황량한 사막도 공존하는 곳이기에 이 작품에서 펼쳐지고 있는 로드 무비,서부극,서사,액션 같은 여러 장르가 복합적으로 만들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그 사이에 주인공인 오리너구리 앨버트를 비롯하여 여러 캐릭터들의 우정과 배신을 등장시켜 결국은 자신이 갈망하는 곳이 올드 오스트레일리아가 아닌 결국 자신이 활동하면서 알게 된 동료들이 있는 곳이라는 사실을 깨닫게 되는 성장소설의 면모도 보여주고 있는데,우리에게 생소한 동물이긴 하지만 이 같은 주제와 소재로 전혀 동떨어지지 않은 작품으로 완성해냈다.
이 작품에서는 정확하게 올드 오스트레일리아가 어디에 있는지,또 앨버트가 결국 그 곳에 가게 되는 지에 대한 결말을 보여주지 않고 있는데,이것은 아마도 우리 현실에 실제로 존재하는 지에 대한 의문을 던져줌과 동시에 우리가 살고 있는 지금의 현실이 더 나은 곳이 될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반문을 하게 만들고 있다. 앨버트가 동물원에서 탈출하지 않았더라면 다른 동물들에게 배신도 당하지 않고 사기를 당하지도 않았을 것이며 죽음을 목격하지도 않았을 것이다.
다만 이런 아름다운 배경과 동물을 소재로 한 작품에서 등장인물 소개를 제외하고 책에 일러스트가 없었다는 점은 아쉬움으로 남았다. 약간의 일러스트나 그림 같은 게 있었더라면 좀 더 몰입이 쉬웠을 것이고 동물들의 여러가지 행동과 설명들이 더 쉽게 이해되었을 것 같기 때문이다. 또한 우리가 정확히 잘 모르는 호주의 환경과 배경에 대한 지식도 더 잘 들어왔을 것이다. 동물을 주인공으로 한 짧은 소설이지만 우리의 현실을 정확하게 가져다 본 또 한 편의 우리네 세상을 보는 것 같아서 읽으면서도 씁쓸한 기분이 든 작품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