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이 싫어서] 한국이 싫어서가 아니라 행복해지기 위해서 “해브 어 나이스 데이”

#1. 최근 국내 문학씬에서 가장 핫한 작가 장강명

    최근에 국내 작가중에 가장 관심을 많이 받고 핫한 작가 중 한명이 장강명 작가가 아닐까 합니다. ‘표백’부터 시작해서 발표하는 작품마다 상을 받고, 문단이나 평론분야 뿐만 아니라 일반 대중에게도 상당한 관심을 고루 받아왔던 작가가 흔치 않았는데, “한국이 싫어서”는 특히나 언론에도 관심을 많이 받을 수 밖에 없는 문제를 다루고 있는 작품입니다. 그래서 이 작품을 발표한 이후로 다양한 관심과 사랑을 받고 있는 모양입니다.

    장강명 작가 작품은 총 네작품을 읽은 셈인데(리뷰를 안써서 셈이라는 묘한 표현을…) 작품마다 묘한 공통점도 있고 의외의 차이점도 분명해서 장강명 작자의 장점이 분명히 보이고, 특징도 어느정도 확인이 되는 거 같습니다. 그중에 가장 환영할 만한 장점은 다른 어떤 것도 아니라 이 작가의 작품을 읽는 행위 자체가 재미있다는 점입니다. 책이 재미있게 읽혀요. 대중작가로써 가장 갖추어야할 미덕이 아니겠습니까? 이 양반이 작금에 와서야 이정도로 각광을 받고 수많은 매체에서 인터뷰를 반복적으로 계속 하는 이유가 바로 거기에 있는 것 같습니다.

    작가의 이력에 대해서는 하도 많은 인터뷰를 접해서 읊을 수 있을 지경인데 여튼 10여년 이상의 기자 생활 때문인지 정통 문단의 세례를 받은 작가들에게서 느껴지는 소위 문학적 표현이 별로 없는 것도 특징입니다. 문장은 잘 모르지만 깔끔해요. 뭔가 표현을 위한 유려한 알듯 모를듯한 문장이 전혀 없습니다. 마치 사건을 진술하듯 빠르게 이야기를 이어가죠. 그러다보니 누군가에게 이야기를 듣고 있는 것처럼 집중해서 읽을 수가 있습니다. 한편으로는 독자입장에서 이해하기가 무척 편하죠. 복선이 있거나 중의적인 표현을 이어가는 일도 없고, 상징적인 표현을 쓰지도 않으니까 말입니다. 저같이 단무지 독자에게는 아주 잘 들어맞는 유형의 작가님이 아닌가 싶습니다.

  

#2. 한국에서 사는 것이 힘든 이유에 퍽이나 공감해버린…

    이 작품은 “한국이 싫어서”라는 책 제목 때문에 더 대중적인 관심을 받은 작품이 될 것인데, 시대를 관통하는 문제의식 때문에 어느 세대, 어느 계층에게나 회자될 수 있는 지점을 형성하고 있습니다. 그 동안 써온 작품의 이력까지 생각하면 더욱 기대를 받을 수 밖에 없는데, 막상 읽어보니 딱히 세대나 기득권이나 특정계층을 비난하거나 문제의 핵심으로 지적하고 있지는 않군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무척이나 공감하고 흥미로우면서도 마음 한켠이 무척 쓰리고 아프게 읽을 수 밖에 없었습니다.

    주인공 “계나”는 ‘한국이 싫어서…’는 너무 자극적인 표현이고 ‘한국에서 살아가기가 벅차서’ 호주로 이민을 꿈꾸고 다행인지 불행인지 과감하게 실행을 합니다. 한국에서 살아가기 벅찬 이유를 여기저기서 설명하고 있는데, 작품의 극초반에 그녀의 목소리로 들려주는 이유가 너무 공감이 되서 빵터졌습니다.

 ”내가 여기서는 못 살겠다고 생각하는 건… 난 정말 한국에서는 경쟁력이 없는 인간이야. 무슨 멸종돼야 할 동물 같아. 추위도 너무 잘 타고, 뭘 치열하게 목숨 걸고 하지도 못하고, 물려받은 것도 개뿔 없고. 그런 주제에 까다롭기는 또 더럽게 까다로워요. 직장은 통근 거리가 중요하다니느, 사는 곳 주변에 문화시설이 많으면 좋겠다느니, 하는 일은 자아를 실현할 수 있는 거면 좋겠다느니, 막 그런 걸 따져.”p11

    밑줄 친 저 문장에서 완전 나자빠지는 줄 알았습니다. 저나 아내나 쥐뿔도 없고 시작부터 부채로 시작한 가정경제인데도 불구하고 꼴에 뭐가 되니 안되니 까다롭게 따지고ㅋㅋㅋ 정말 남일 같지 않는 문장을 만났네요. 저는 상당히 현실적인 성향이라 그 와중에도 좀 덜 한데 아내같은 경우는 빈말로라도 뜬구름 잡는 소리를 하는 편이라 사는게 녹녹하지 않을수록 “하와이로 가자~~~”라며 노래를 부르죠..ㅋㅋㅋㅋ 저희 현실은 동네 “하와이 사우나”에나 다녀올 상황인데 말입니다.

    저같은 경우는 주제에 까다롭기는 또 더럽게 까다로운거 중 하나는 책사는 부분이죠. 꼴에 책은 꼭 사서 봐야하고, 읽던 안읽던 마음에 든 작가 책은 중고사이트를 뒤져서라도 사모아야하고, 남들은 최신간을 받을 수 있는 좋은 기회로 생각하는데도 불구하고 부담스럽다고 서평 이벤트 신청도 하지 않죠. 그나마 보내주시던 출판사 책도 다 거절하고 돈주고 사고 말입니다. 이거 의외의 지점에서 반성하게 되더군요. 앞으로 책은 빌려 읽기도 하고 꼭 사모아야하는 특별한 시리즈가 아니면 어지간하면 구매를 자제할까 심각하게 고민중입니다.

    여튼 “한국이 싫어서”는 사실 따지고 보면 그냥 평균이거나 그리 부족한 것도 없는 젊은이가 한국의 구조적인 어려움 때문에 외국으로 나가 사는 과정을 그린 이야기입니다. 그리고 그 와중에 그녀의 고민이 오롯이 담겨 있는 자기고백적인 이야기입니다. 한편으로는 그녀의 주변 인물들을 통해서 젊은 층의 이민에 대해서 다양하게 말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보다 핵심적으로는 한국에 살아가는 젊은이에 대해서 다양한 모양새를 들려주는 이야기입니다. 내가, 그리고 이 시대의 젊은이들이 살아가는 예외 없는 이야기를 잘 담고 있습니다. 그리 극적이지도 않은 다큐멘터리 같은 이야기인데도 흥미를 잃지 않고 끝까지 읽어나갈 수 있는, 아니 읽어나갈 수 밖에 없는 그런 이야기입니다.

  

#3. 힘의 이데올로기, 기득권의 문제를 건드리는 문학작품… 그러나 행복해지고 싶다…

    이 작품은 장강명 작가가 등단작을 비롯해 계속해서 건드려오던 한국 사회의 당면 문제, 치부를 드러내었다는 부분에서 상당히 정치적일 수 있습니다. 작가의 작품을 읽다보면 문학작품이 사회의 문제를 어느정도까지, 어떤 방식으로 다루는 것이 적정한가에 대해 생각해보게 됩니다. 장강명 작가는 우리 사회의 힘이 논리, 어그러진 사회의 문제, 모순점, 기득권의 변치않는 단단함 등을 항상 건드려주고 있습니다. 물론 최근작 “그믐”에서는 또 다른 관점에서 새로운 시도를 하고 있습니다만, 문학작품속에서 누구나 다루기 부담스러워하고 조심스러워하는 문제를 표면화하는 것은 일장일단이 있겠습니다. “무엇이 옳다, 어떻게 해야만 한다”라고 딱잘라 말하기에는 논란의 여지가 무척 많은 주제입니다.

    “표백”에서도, “한국이 싫어서”에서도 한결같이 느낄 수 있지만 장강명 작가가 명석하게 느껴지는 부분은 한국사회를 관통하는 뿌리깊은 문제들을 놓치지 않고 작가적 문제의식을 가지고 접근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노골적으로 드러내어 방향을 제시하지는 않는다는 점입니다. 실제로 방향제시가 될 문제도 아니기도 합니다. 작가가 작품을 통해 해야할 명료한 책임은 ‘문제를 문제라고 이야기해보는 것‘이고 이로 인해 독자들이 각자 이 문제에 대해서 한번쯤 생각해보도록 하는 것이라고 태도를 정해놓은 듯 합니다. 일부 작가들이 이부분에서 실수를 저지르는데 문학작품을 통해 작가의 생각을 강요하며 독자를 가르치려 하는 우를 범하는 것입니다. 내가 한번 문제제기를 해보겠다는 의협심에 작품을 넘어 작가가 직접적으로 목소리를 높이는 경우를 의외로 심심치 않게 만나게 됩니다. 장강명 작가는 이런 문제에 있어서 균형을 정말 잘 잡고 있습니다. 문학성과 대중성을 동시에 확보하는 케이스가 아닐까 합니다.   

    이 작품속에서도 한국이 살기 어려운 나라이고 원인이 무엇인지, 다른 나라는 어떤지 여러가지 이야기를 쏟아내고 있습니다만 정작 그래서 어떻게 하란 말인가에까지 흥분해서 나아가지는 않습니다. 변함없고 더욱 변하지 않을 현실에서 다만 개개인이 “행복해지고 싶은 것 뿐”이라는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아니, 난 우리나라 행복 지수 순위가 몇 위고 하는 문제는 관심 없어. 내가 행복해지고 싶다고. 그런데 난 여기서는 행복할 수 없어.”p61

 ”밥을 먹는 동안 나는 행복도 돈과 같은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을 했어. 행복에도 ‘자산성 행복’과 ‘현금흐름성 행복’이 있는 거야. (중략) 나한테는 자산성 행복도 중요하고, 현금흐름성 행복도 중요해. 그런데 나는 한국에서 나한테 필요한 만큼 현금흐름성 행복을 창출하기가 어려웠어. 나도 본능적으로 알았던 거지. 나는 이 나라 사람들 평균 수준의 행복 현금흐름으로는 살기 어렵다. 매일 한 끼만 먹고 살라는 거나 마찬가지다, 하는 걸.”p185

 ”몇 년 전에 처음 호주로 갈 때에는 그 이유가 ‘한국이 싫어서’였는데, 이제는 아니야. 한국이야 어떻게 되는 괜찮아. 망하든 말든, 별 감정 없어… 이제 내가 호주로 가는건 한국이 싫어서가 아니라 내가 행복해지기 위해서야. 아직 행복해지는 방법은 잘 모르겠지만, 호주에서라면 더 쉬울 거라는 직감이 들었어.” p161

    무언가를 성취해서 그 만족감으로 행복하게 살아가는 것도 참으로 힘들고, 매일 매일 일상의 행복으로 충만해서 살아가기는 더더욱 어려운 것이 작금의 한국에서의 삶인가 봅니다. 작가는 한국이 싫은, 아니 한국에서 살기가 어려운 수많은 사람들이 공감하는 지점을 정확히 잘 짚었고, 영글지 않은 젊은 여성의 목소리로, 그것도 반말로 전해줌으로써 무겁지 않고 어렵지 않게 하고싶은 이야기를 전하고 있습니다. 부담스럽지는 않은데 뭔가 생각할 꺼리가 계속 남습니다. 그것이 “한국이 싫어서”의 매력이 아닐까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