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의 마지막 밤

살면서 누구도 대신해 줄 수 없는 슬픔이 있다면, 그것은 바로 사랑하는 누군가를 영영 잃어버리는 것이다. 특히나 가족, 그것도 사랑하는 자식을 잃는다는 건 그 어떤 것과도 비교할 수 없는 슬픔이 아닐까.

‘죽음’이라는 주제는 문학에서 ‘사랑’만큼이나 흔하고 진부한 주제일지 모른다. 누군가의 죽음에 대한 이야기, 그리고 남겨진 이들의 이야기, 죽은 이의 이야기 등 다양한 관점에서 사람들은 이야기를 만들어내고, 또 풀어낸다. 내가 세상 모든 책들을 읽어 본 것은 절대 아니지만, 죽음과 그 이후(여기서는 지옥), 그리고 지옥에서 삶으로 다시 돌아온 이야기는 별로 없으리라 생각된다. 그 중의 하나, 어쩌면 정말 그러한 단 하나의 소설일지 모르는 소설이 바로 <세상의 마지막 밤>이다.

평범하지만 단란한 가족이 있었다. 평소보다 일찍 출근한 아내를 대신해 아들을 학교에 데려다 주려는 아빠의 마음은 급하기만 하다. 정신없고 바쁜 출근길, 난데없이 마피아들의 총격전이 벌어지고 그 사이에서 아들은 죽음을 맞이한다. 사랑하는 아들의 죽음은 남편과 아내 사이에 서로를 이해할 수 없는 깊은 골을 만들었고, 남편은 우연히 알게 된 ‘교수’로부터 지옥에 내려갈 수 있음을 알게 된다. 그래서 남편은 세상 그 누구도 시도하지 않았던 일을 감행하고자 한다.

책 표지 뒷면에 나온 스토리만 봐도 범상치가 않고, 무엇보다도 ‘지옥’이라는 단어가  마딱찮았다. 그 누가 지옥에 가고 싶어 하겠는가? 특이하게도 이 책에서는 우리가 보통 지옥의 반대 개념이라고 생각하는 ‘천국’이 등장하지 않는다. 그저 죽은 이들 모두가 가게 되는 곳을 지옥이라고 말한다. 그것이 작가가 가지고 있는 내세관일지도 모르겠다. 처음에는 약간 두려운 마음으로 읽기 시작했는데, 읽다보니 소설 속 지옥은 우리가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지옥이라기보다는, 죽은 이들이 가게 되는 그런 곳이라고 생각되었다.

누군가를 사랑하는 마음, 특히나 자식을 사랑하는 부모의 마음을 무엇과 비교할 수 있을까? 평범한 택시기사 마테오가 죽음으로 가는 문 앞에서도 두려워하지 않을 수 있었던 것은 오직, 사랑하는 아들, 여섯 살짜리 피포 때문이었다. 죽음 앞에서 인간은 무력해 보이지만, 단적으로 비교해봤을 때 부모의 사랑은 죽음 쯤이야 아무것도 아닐지도 모르겠다.

갑작스러운 죽음과 남겨진 사람들, 지옥 그리고 복수 등 결코 가볍지도 밝지도 않은 주제였지만, 독자들은 작가가 억지를 부린 것도 아닌데 서서히 서서히 스토리 속으로 끌려 들어간다. 누구도 피할 수 없는 ‘죽음’ 앞에서, 그 어떤 것도 정답이 아닌 ‘복수’ 앞에서, 사랑하는 이들을 잃은 ‘절망’ 앞에서, 우리는 과연 어떤 이야기를 할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