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가 토카르추크 / 방랑자들

출간일 2019년 10월 21일
수상/추천 LA 타임스 문학상 외 2건

여행이라는 키워드를 공통분모로 100여 편의 다양한 글들이 씨실과 날실처럼 정교하게 엮인 하이브리드 텍스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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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페이지를 다 못 채우는 짧은 글도 있고 중편 길이의 글도 있다. 저마다의 사연이 담긴 다양한 시대의 다양한 주인공이 등장하고, 추상적이라 잘 안 읽히는 글도 있고, 금방 읽히는 글도 있다. 600페이지가 넘어가는 무겁고 두꺼운 책이지만 부담없이 읽어나갔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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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인상깊었던 글들은, “방랑자들”에 자주 등장하는 플라스네이션(시체를 부패하지 않게 방부 처리하여 보존하는 방법, 인체 조직의 수분과 지방을 제거한 다음 합성수지를 넣어 반영구적으로 보존한다) 처리한 인간 표본에 대한 글들이다. 필멸자인 인간의 육체가 영원을 얻을 수 있는 방법이기도 하지만, 오스트리아 황제 프란츠 1세에게 박제된 시체를 돌려달라 여러번 편지를 쓴 요제피네 졸리만처럼, 아버지의 시신이 사람들에게 구경거리가 되는 것에 수치를 느끼고 시신이 없으면 영원히 안식을 얻을 수 없다고 믿는 사람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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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외에도 다양한 사람이 등장한다. 탐험가, 장애 아이를 키우다 노숙자 여인이 되는 여인, 다리를 자른 뒤 선망증에 시달리는 해부학자, 공항에서 대기하는 탑승객들을 대상으로 여행심리학을 강의하는 젊은이들… 이 모든 이야기들이 그녀의 글쓰기의 핵심인 경계와 단절을 허무는 글쓰기, 타자를 향한 공감과 이해, (아마 인간을 포함한 세상 만물에 대한) 무한한 애정으로 수렴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