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방인, 알베르 카뮈

출간일 2011년 3월 18일

이제 내가 느낄 수 있는 것이라곤 이마에서 울려 대는 태양의 심벌즈 소리, 정면의 단검에서 여전히 희미하게 번쩍이는 빛의 칼날뿐이었다. 그 타는 듯한 칼날은 속눈썹을 파고들어 아픈 두 눈을 후벼 팠다. 모든 것이 휘청거린 건 바로 그때였다. 바다로부터 무겁고 뜨거운 입김이 실려 왔다. 온 하늘이 활짝 열리며 비 오듯 불을 뿜어 대는 것 같았다. 나는 온 몸이 긴장했고, 손으로 권총을 힘 있게 그러쥐었다. 방아쇠가 당겨졌다. 나는 귄총 손잡이의 매끈한 배를 느꼈다. 그리고 거기에서, 날카롭고 귀청이 터질 듯 한 소음과 함께 그 모든 것이 시작되었다. 나는 땀과 햇볕을 떨쳐 버렸다. 나는 내가 한낮의 균형을, 스스로 행복감을 느꼈던 해변의 그 예외적인 침묵을 깨뜨려 버렸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러고는 미동도 하지 않는 몸뚱이에 네 발을 더 쏘아 댔고 탄환은 흔적도 없이 박혀 버렸다. 그것은 불행의 문을 두드리는 네 번의 노크 같은 것이었다.
바로 그것 때문에 뫼르소는 사형을 당하는거야. 엄마를 묻고 와서 해수욕이나 하러 갔다고 말이야. -김영하 <퀴즈쇼> 中

아 뫼르소는, 어머니의 장례에 경의를 표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법정에 섰지.

나도 살다가 문득 문득 기로에 서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