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저히 모르겠는… 그러나 알 것만도 같은…

로제와 시몽 사이에서 흔들리는 폴의 심리는 아주 난해하고도 다채로운 언어로 독자들과 마주한다. 불안정한 심리를 그대로 반영한, 의식의 흐름과도 같은 문장들은 나를 계속해서 혼란 속에 빠지게 한다. 무슨 말인지 정말 모르겠다. 하지만 어떤 말인지 알 것도 같다. 어쩌면 이 알 수 없을 것만 같은 혼란이 사랑과 관계의 본질에 더 가깝게 접근하는 방식인지도 모른다. 그리고 곱씹으면 곱씹을수록 무언가 알 것만도 같아서, 어렵고 난해하지만 이 소설을 멈출 수 없는 이유가 아닌가 싶다.

p.s.) 일반적으로 남성형 이름이라 여겨지는 ‘폴’을 여성의 이름으로, 여성형 이름이라 여겨지는 ‘로제’와 ‘시몽’을 남성의 이름으로 설정한 건 어쩌면 이 알 수 없음과 난해함, 낯섦을 길게 끌고 가려 했던 작가의 의도가 아니었을까. 남성명사와 여성명사를 엄밀히 구분하는 프랑스어권의 작가가 이런 형태를 구사한 건 엄청난 반항이자 전복이었으리라 감히 짐작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