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타리나 블룸의 잃어버린 명예

이 책의 부제는 “혹은 폭력은 어떻게 발생하고 어떤 결과를 가져올 수 있는가” 이다.

잃어버린 명예와 폭력, 그리고 결과?!

책은 생각보다 얇다. 하지만 스토리의 흐름이 사건의 발생을 토대로 그 이전을 짚어나가고, 또 그이후를 왔다갔다하는 형식으로 구성되어 있어, 생각보다 읽기가 수월치는 않았다. 그리고, 개인적으로는 기억력이 그닥 좋지 않은 사람이라 그런지, 나오는 인물들을 기억하며 읽기가 조금 어려웠달까. 하지만 스토리 자체는 눈을 뗄수가 없었다. 분명 1960년대 쓰여진 이야기이지만, 지금의 현실과 소름끼치게 닮았기에 말이다.

 

블룸은 블로스하임이 주최하는 파티에서 괴텐이라는 남자를 만나 순식간에 호감을 느끼고 그와 하루밤을 보낸다. 그리고 그녀의 집에 경찰이 진입하고, 그녀를 연행해간다. 그녀의 집에있었던 괴텐은 이미 그집을 떠난 뒤였고, 그녀의 연행 사유는 그녀가 괴텐과 관련이 있는 사람이며, 그는 은행강도이자 살인범이기 때문이였다. 그렇게 연행된 블룸은 경찰의 수사에 최대한 협조했으나, 고작 가정부인 그녀가 재산이 많고, 좋은 차를 탄다는 이유로 그녀는 괴텐의 조력자로 계속해서 의심을 사고, 그녀의 연행부터 뒤따르던 기자는 그녀의 주변을 파고들며, 그녀가 괴텐의 조력자이기에 재산이 많고, 냉정하다는 둥의 자극적인 기사로 보도한다. 그녀와 관련된 모든 이들의 인터뷰를 조작하고, 아픈 그녀의 어머니까지 찾아가 자극적인 이야기를 전하고, 그 사실을 또한 왜곡하며, 그녀를 잘 알지 못하고, 그녀와 관계조차 불투명한 이들의 인터뷰를 마구잡이 식으로 보도한다.

경찰이나 검찰은 그녀를 끊임없이 의심하고, 파고들었으나 그녀와 괴텐의 혐의는 찾을 수 없었고, 심지어 코르텐 검사는 그녀와 괴텐을 엮기위해 목격자에게 위증을 시도하기도 한다.

그런 조사와 말도안되는 언론의 보도로 그녀는 물론 그녀를 도와주고자했던 이들의 삶까지 무너저 내리고, 그런 폭력속에서 그녀가 어떤 선택까지 가고 있는지가 이 책의 이야기이다.

 

작가 뵐의 연보를 읽고있다보면, 그가 왜 이책을 쓰게 되었는지, 이 책의 모든 인물들은 어떻게 모두 이름을 가지고 있는지가 이해가 갔다. 책은 소설이라기보다 팸플릿 형태와 같고, 저자는 이것이 소설이 아닌 이야기라 말한다. 이 책은 허구를 말하고 있지만 철저하게 현실을 바탕으로 하고 있으며, 일방적 허구가 아닌, 이 이야기를 읽는 독자가 충분히 경험으로 가져갈 수 있는 사실을 토대로 하기 때문이였다. 잠시 등장하는 카페 주인 또한 카페 주인이 아닌 에르빈 클리오크라는 이름을 가지는 책이기에, 어쩌면 간단할 수 있는 이 스토리에는 꽤 많은 등장인물이 출연한다. 말그대로 한 사건에 대한 기사를 읽고 있는 느낌이랄까.

 

사실 정말 기사라면 이렇게 쓰여져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사실에 대한 나열, 그리고 정확한 사실관계를 파악한 것에 대한 기록, 그리고 반문 등 제대로 사실을 싣고자한다면, 정말로 그 사실에 대한 취재가 가장 기본이 되어야 하는 것이다. 물론 사건을 해결하는 수사관이나 검찰은 당연하다. 그런 절차들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을때, 그 결과는 폭력일 수 밖에 없다는 것에 주목해야 한다.

이 책의 가장 큰 비극은 경찰이 괴덴이라는 인물을 이미 포착하고도 사건을 막지 못했고, 아직 피의자인 블룸을 제대로 보호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그 부분만 제대로 되었어도, 피해자는 없었을 것인데…. 하…. 정말..

 

블룸의 선택이 백분 이해가 가는 결말이였으나, 분명 막을 수 있는 결론이였다. 그래서 더 답답했고, 안타까웠다. 우리가 미디어를 통해 보는 사건들의 다수는 어쩌면 그렇다. 그리고 무분별한 보도가 사건을 더 증폭시키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1960년대로부터 우리는 얼마나 발전했는가. 더 다양해진 플랫폼. 뉴 미디어가 더 사실을 무분별하게 퍼다 나르고 있는 것도 사실인 요즘 점점더 편향된 기사를 접하게 될 수 밖에 없는 지금. 우리가 보는 사건을 정확하게 보는 시선을 우리 스스로 가져야 함을… 굉장히 어려운 일이지만 그런 시각이 필요하다는 현실을 절실히 깨닫게하는 책이다.

 

책의 제목은 ‘잃어버린 명예’이지만, 개인적으로는 ‘잃어버린 인생’이라고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그녀의 이후의 삶에 그녀가 오롯이 남아있기를 바라며.

 

“그런 일이 일어날 수밖에 없었듯이, 그렇게 끝날 수 밖에 없었겠지요.” 블룸 부인의 진술을 다소 바꾼 것에 대해 기자로서 ‘단순한 사람들의 표현을 도우려는’ 생각에서 그랬고, 자신은 그런 데 익숙하다고 해명했다. p.1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