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현대 문학만 탐독하던 내가 외국 문학, 그것도 고전이라 불릴만한 작품들에도 관심을 갖게 된 건 사강 덕분이다. 사강 작품에는 퇴색되지 않은, 원형적인 무언가가 묻어난다. 약간은 거친 것 같기도 한 감정들을 누구보다 섬세하게 묘사한다. 그 간극을 채우는 건 작가의 매력이다. 그가 이끄는 대로 서사를 따라가며 나는 폴이 되기도 하고 시몽이 되기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