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로마르

이탈로칼비노 전집 드디어 마지막 권이다.

한 권씩 야금야금 읽었더니 어느새 이만큼.

전집에 담긴 한 작가의 책인데 이렇게나 책마다 독특하고 다양할 수 있다니,

정말 이탈로 칼비노 작가도 천상 작가인 것 같다.

이 책의 제목이 과연 무엇일까? 궁금했는데 주인공의 이름이다.

주인공 이름도 그냥 지은 것이 아니라

천문대가 있는 캘리포니아의 팔로마 산에서 따온 것이라고 한다.

천문대가 주변을 관찰하듯이 주인공 팔로마르도 주변에 있는 모든 것을 관찰한다.

아마 이 책의 앞부분의 차례라던지 차례 옆에 살짝 명기해 놓은 글을 차근차근 읽어보지 않았다면

책 속의 내용이 무엇인지 조금은 당황스러웠을 것 같다.

이 책은 크게 3단계로 나뉘어서

1단계는 있는 그대로의 자연 현상을 묘사하는 글이 담겨 있고,

2단계는 문화적인 요소를 담았고,

3단계는 조금 더 나아가 우주, 무한으로의 사색적인 글이 담겨 있다.

“해변의 팔로마르”라는 글에서는 1단계 파도에 대해서 눈앞에 그려지듯이 묘사하고 있고,

2단계에서는 바닷가에서 일광욕하는 젊은 여자가 등장하며 이야기로 탄생한다.

3단계에서는 이 모든 일들을 머릿속으로 가져오거나, 자신이 존재하지 않는 세상을 생각한다.

“팔로마르 쇼핑을 하다”에서는 1단계 거위 지방이 담겨 있는 유리병을 어찌나 상세하게 묘사하는지

사야할 것 같은 기분이 들었고,

2단계에서는 치즈 가게에서의 구매에 대해서 확장하고,

3단계에서는 정육점에서 오랜 세월에 걸쳐 전해 내려온 고기에 대한 이야기가 펼쳐진다.

이런식으로 정원, 하늘, 테라스, 동물원, 여행, 사회 속, 사색등에 대해서

자세한 묘사를 거쳐, 이야기로 확장시키고, 더 나아가 사색으로 끌고 나간다.

그동안 읽으면서 느꼈던 이탈로 칼비노 작가 답다고 생각했다.

내용도 내용이지만 어떻게 책마다 이렇게 독특한 구성을 가질 수 있는지,

이번 책도 독특한 구성에 또 한 번 놀랐고,

한 주제를 가지고 확장시켜 나가는 부분들이 참 흥미로웠다.

스토리텔링보다는 구성의 매력을 느끼면서 읽어보면 더 재밌을 듯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