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쓴 것

여기 우리들의 이야기가 있다.

이 이야기로 끝나서는 안 될 이야기다.

계속해서 발전시키고, 더 나아가야 할 이야기다.

* 매화나무 아래

의료기에 의존해 살아 있는 할머니.

모두들 할머니를 떠나보내자 하지만, 손자는 절대 그럴 수 없다고 한다.

나이 들어 살아간다는 것은 무엇일까?

어떻게 살아있어야 의미가 있는 것일까?

가족의 다른 사람이라면 나도 절대 못 놓을 거 같다.

* 오기

자신의 이야기를 바탕으로 소설을 썼는데

왜 남의 이야기를 썼냐하는 사람, 의미없는 악플러들.

소설가는 악플러들에게 선처하지 않는다.

아무렴 그래야지.

상처를 가지고 살아가는 사람들이 많다.

내 상처가 나에게 가장 큰 것은 맞지만

그상처는 자신만 겪었을 것이라는 생각, 남의 상처는 상관없다는 생각,

그렇게 생각하면 그건 안된다.

* 가출

어느 날 아버지가 편지를 남기고 가출 했다.

엄마는 자식들에게 그 사실을 알렸고, 자식들은 모였고, 좀 더 기다려 보자는 결론을 내린다.

아버지는 가출했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온가족을 모이게 만들었고 친밀하게 만들었다.

도대체 아버지는 어디로 가신걸까?

언젠가부터 날아오는 카드 사용 내역서

그건 가족들에게 남기는 아버지의 안부였다.

* 미스 김은 알고 있다

직급도 없고, 정확한 업무도 없는 미스김.

그래서 회사의 온갖 일을 다 한다.

그녀의 역할로 회사의 모든 일이 순조롭게 돌아가고, 일도 잘한다면

당연히 승진을 시켜주던지 연봉을 올려줘야지,

왜 아무것도 안해주는데?

미스 김이라서 그렇단다. 이게 무슨 말도 안되는.

미스 김의 통쾌한 복수, 어디 니들 개고생좀 해봐라.

* 현남 오빠에게

아니 뭐 이런 자식이 다 있나. 남자친구로서가 아닌 인간으로서도 기본이 되어 있지 않은 나쁜 놈.

그녀를 위한 것이 아니라, 철저히 자신을 위해서 그녀에게 했던 행동들.

이런 놈에게 그 찬란한 청춘을 바쳤다니 그 시간이 아깝다.

이제라도 현남오빠에게 벗어나서 정말 다행이다.

여전히 현남오빠같은 사람이 많겠지?

여자들이여 현남오빠같은 사람 만나면 안된다.

* 오로라의 밤

결혼해서 아이를 낳고, 키워서 결혼시켜서 이제 시간을 가질만하니 손주들을 돌봐줘야하는 상황.

물론 내 핏줄이고 얼마나 이쁘겠냐만은 그렇다면 내 인생은 어떻게 되는 것인가?

그렇게 결혼하는 순간부터 가족에게 올인하게 되는 상황들을 상상만해도 안쓰럽고 갑갑하다.

물론 그 안에서 행복을 찾고, 보람을 느낀다면 괜찮지만

그게 아니라면 다시 생각해봐야 한다.

‘오로라’를 보는 것이 버킷리스트였던 그녀.

결국 “오로라”를 보러 떠난 그 곳에서 소원을 비는데 그런 소원일줄은 꿈에도 생각못했다.

순간적으로 빵 터졌지만, 곧바로 마음이 짠해졌다.

* 여자아이는 자라서

학교에서 여학생의 몸을 셀카랍시고 찍어대는 남학생들.

‘남자 애들은 생각이 없다, 원래 그렇게 장난치고 논다, 몰래 사진 찍고 낄낄거리는게 다다’

이런 발상부터가 잘못이다.

초장에 잡아야 한다는 말이 있듯이, 어리다고 대충 넘어가면 안되고, 반드시 체벌을 해야하고,

제대로 교육시켜줘야 한다.

* 첫사랑 2020

귀엽게 시작된 첫사랑.

그러나 코로나19가 그들의 사랑에 장애물이 될 줄이야.

제대로 보지도 못하고, 만나지도 못하는 상황.

급기야 그녀는 그에게 결별을 선언하고, 선생님은 둘을 부른다.

그 앞에서 울며 외친 그의 한 마디!! 아 너무 귀엽다.

다양한 캐릭터와 다양한 이야기들이 담긴 단편들이 하나하나 읽는 재미와 생각거리를 던져주었다.

단순히 여성이라 우습게 보는 이들에게 화가 났고,

심각한 사태를 너무 안일하게 대처하는 여자어른들도 갑갑했고,

나이가 들고 늙어서 살아간다는 것에 대해 아련한 마음도 들었고,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이용당하는 그녀가 답답했다.

우리 주변에서 흔히 벌어질 수 있는 이야기.

우리는 여기서 멈추지 말고, 계속 이야기해야하고, 알려줘야 하고, 고쳐야 한다.

어떻게 사는 게 의미 있는 걸까요?

이미 아들의 심장이 멈춘 것을 알면서도 나는 우리 아들 좀 살려 달라고 의사에게 매달렸었다.

눈도 못 뜨고 말도 못하고 저렇게 누워만 있어도 좋으니 살려만 달라고 그랬다. – 42p

적의는 호의보다 훨씬 힘이 셌다 – 57p

아버지가 의견을 내고 엄나는 혼잣말하듯 중얼걸리고 오빠들과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가족의 이사, 누군가의 진학이나 취업 같은 중요한 결정도, 여행지, 외식 메뉴, 텔레비전 채널 같은 사소한 결정도

결국은 아버지 뜻대로 되었고 엄나는 늘 중얼거리는 사람이었다.

엄마도 저렇게 간결한 문장과 정확한 발음으로 의견을 말할 수 있구나. – 96p

사람 손이 왜 두 갠 줄 알아?

다른 건 다 놓쳐도 정신줄이랑 밥줄은 양손으로 꼭 붙들고 살라는 뜻이야 – 124p

그동안 오빠가 나를 한 인간으로 존중하지 않았다는 것을,

애정을 빙자해 나를 가두고 제한하고 무시해 왔다는 것을,

그래서 나를 무능하고 소심한 사람으로 만들었다는 것을. – 190p

잘했다. 젋었을 때 뭐든 해 봐야지.

나이 들면 용기는 안 나고 계속 후회만 돼. – 229p

사람이 할 수 없는 영역이 분명 있다.

그럼에도 할 수 있는 일은 기다리는 것, 준비하는 것, 완전히 절망해 버리지 않는 것,

실낱같은 운이 따라왔을 때 인정하고 감사하고 모두 내 노력인 듯 포장하지 않는 것.

눈물이 멈췄다 – 250p

성실하고 꾸준하게 자기 일을 해 나가는 것.

그 평범한 일상이 삶을 버티게 해 준다는 것을 안다.

그것이 얼마나 중요하고 가치 있는지도,

누군가에게는 싸워 얻어내야 하는 어려운 일이라는 것도. – 258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