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스 플라이트

유나의 죽음이후 아버지 정근이 그 딸의 흔적을 찾아가는 스토리. 제목으로는 유쾌한 이야기 일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나의 예상과 정 반대의 스토리였다.

 

책을 다 읽은 지금은 딱 한생각뿐이다. 유나의 죽음이 아니였더라면 정근은 죽어도 알지 못했겠지. 아니, 정근은 딸 유나의 죽음을 이해 했을까. 영훈을 만난 정근은 자신이 무엇을 알지 못했는지를 알까?! 딸 유나는 끊임없이 아버지에게 말하고 있었다. 초등학교때도, 중학교때도, 그리고 고등학교때는 정말 아버지에게 소리쳐말했음에도 아버지는 듣지 않았는데, 그 딸의 죽음을 두고 아버지는 딸의 흔적을 찾아가면서 스스로의 삶을 돌아본다.

 

개인적으로는 유나의 그 변하지 않는 타인에 대한 연민이 대단해보였다. 어렸을적부터 당연하던것을 당연하게 받아들이지 않고, 의문을 품었고, 무엇이 그 자신을 불편하게 만드는 것이였는지를 제대로 바라보고 아니라고 말하는 유일한 인물이다. 그 인물이 결국은 학창시절은 아버지의 부당함을 말하고, 직장인이 되어서는 직장의 부당함을 소리쳐 말했던 변하지 않는 인물이라는 점이 놀랍고, 대단했다. 결국 유나는 죽었지만, 남은 이들의 생각속에 불편함이 남았고, 누군가의 소리가 조금씩 나오기시작한다면, 어느 때 쯤에는 유나가 느꼈던 불폄함 속의 세상은 바뀌어 있지 않을까.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유나의 죽음은 슬펐고, 영훈과 혜진의 삶은 여전히 고난하다. 그게 현실이니까.

 

정근의 모습은 지금의 우리의 모습과 닮았다. 그래왔던 관성으로, 시끄러운일에 휘말리기 싫어 눈감고, 누군가의 도움은 너무나 당연하게 받아들이는 모습. 그리고 누군가 말하는 바른 소리는 그저 잡음이며, 귀찮은 사람으로, 고립시키고 모른척하는 기득권의 모습을 말이다. 그리고 소중한 것을 잃고서야 아, 그랬지. 하는…

작가는 딸 유나의 목소리로 계속해서 말하지만 듣지 않는 것은 정근이고 우리인지도 모른다. 남은 정근이 이제 스스로에게 뼈아프게 과거를 돌이켜 딸이 했던 말들을 떠올려야 할때이다. 과연 정근은 딸 유나를 온전히 이해할 수 있을까.

 

나 스스로도 돌아본다. 나도 정근이지는 않은지. 내가 눈감고 귀닫은 것이 있지는 않은지. 소중한 사람을 잃고서야 깨닫은 우둔함을 보이지 말아야하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