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지를 장식하고 있는 에곤 쉴레의 작품 「꽈리열매가 있는 자화상」. 일본 작가의 책에 오스트리아 화가의 그림이라… 전혀 관계가 없을 것 같지만 두 작가 사이에는 묘하게 공통점이 많다. 에곤 쉴레와 다자이 오사무는 요절했고 독감과 결핵을 앓았으며, 전기를 보냈다.

책을 읽고 나니 자화상 속 인물의 얼굴이 저자 다자이 오사무와 겹쳐 보였다. 불안에 가득 찬 눈동자, 생채기가 난 듯한 그림의 질감. 만약 다자이 오사무가 자화상을 남겼다면 이 그림과 유사하지 않았을까 생각해본다.

‘오바 요조’라는 인물의 기구한 인생은 암울함 그 자체였다. 인간에 대한 공포를 느끼며 그 누구도 신뢰할 수 없던 그의 모습, 퇴폐와 향락의 세계에 끊임없이 빠져들던 그의 나약함이 답답하면서도 동시에 안타까웠다. 좋은 집안, 똑똑한 머리, 잘생긴 외모 등 왜 그토록 좋은 조건 속에서도 자신을 끝으로 내몰 수 밖에 없었던 것일까…

삶의 의지를 점점 잃어가며 ‘무저항이 죄입니까?’를 외치는 요조는 결국 어떻게해서든 스스로 목숨을 끊는 길을 선택했을것 같다. 요조는 어려서부터 자신이 남들과 다르다고 느껴왔고 익살과 광대짓으로 인간세계에 겨우 발을 들일 수 있었다.

하지만 알고보면 모든 인간들이 각자의 가면을 쓰고 살아가지 않던가?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모두 인간에 대한 두려움을 가지고 있으며, 스스로 방어기재를 키워오지 않았을까? 요조에겐 그것이 익살로, 넙치에겐 간사함으로, 호리키에겐 들먹거림으로, 요시코에겐 지나친 순수함으로 발현된 것은 아닐까. 그렇다면 나에게 그 방어기재는 무얼까… 여러가지 생각을 하게 만든다…

 

요조의 마지막 말에 여운이 남는다.

“모든 것은 그저 지나갈 뿐입니다.”

두려움과 불안에 가득찼던 그가 모든 것을 해탈하게 된 것은 자신이 인간의 자격에 미달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었을까. 아니면 인간세계를 이해하기 위한 끊임 없는 시도의 결론을 내린 것이었을까.

여전히 물음표가 많이 남는 책이다.생각을 해도 정리되지 않고, 하면 할 수록 생각할 거리가 튀어나오는 그런… 이게 고전의 힘인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