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결혼이라는 소설  1, 2

_제프리 유제니디스 (지은이) | 김희용 (옮긴이) | 민음사

원제 : The Marriage Plot

 

누가 그랬나? 남녀 간의 사랑은 나머지 반쪽을 찾는 과정이라고.. 내 생각은 그렇지 않다. 지금 내가 갖고 있는 반쪽마저도 수시로 변하는데, 나머지 반쪽을 어찌 찾는가. 영화에서처럼 둘로 분리된 거울이나 장신구가 합체되는 짜릿함을 기대하지 말일이다. 그냥 대충 맞으면 사는 거다. 아니 오히려 전혀 맞지 않을 것 같던 반쪽들끼리도 잘 만 살더라. 결국 사랑할 사람을 찾는 것은 나를 찾는 작업이기도 하다. 사실 그렇지 않은가. 상대가 어떤 사람이냐에 따라 카멜레온처럼 변하는 자신의 모습이라는 것을 인정해야 하지 않겠나. 그 중에서 어떤 캐릭터가 진정한 나의 모습인가? 누구와 함께 있을 때 온전히 나 자신이 드러나는가? 내가 매우 흡족해하는 ‘나’는 지금 어디에 있는가?

 

각설하고, 책 이야기로 들어가 본다. 소설의 시대적 배경은 1980년대 미국이다. 미국 동부 명문대 졸업생인 매들린, 레너드, 미첼이 소설의 주인공이다. 이 중 여주인공 매들린이 중심인물이다. 졸업을 앞두고 대학원 진학 또는 취업 전선에 나가기 전에 갖춰야 할 것은 많고, 갖춘 것은 미미한 이들에게 ‘사랑’조차도 스펙이 되어버린 것 같다. 매들린, 레너드, 미첼은 소설 속 삼각관계이다. 단지 레너드와 미첼은 서로 모르는 사이일 뿐이다. 레너드와 미첼은 성품은 완연히 다르다. 매들린은 이 둘 사이에서 갈등을 느낀다. 레너드가 조금 적극적인 기질이라면, 미첼은 사랑에서만큼은 매우 소극적이다. 누가 최후의 승자가 되는가? 이 소설의 결말이기도 하다.

 

소설이 대부분 그렇지만, 좌충우돌 매들린의 사랑 찾기, 사랑 세우기 과정을 작가는 그저 무심히 그려가고 있을 뿐이다. 마치 예능프로에서 아이들끼리 무엇인가 미션을 부여받고 달려가는 길을, 설령 길을 잘못 들었을지라도 전담 비디오맨은 그저 묵묵히 찍어대기만 하는 것처럼 그렇게 그려주고 있다. 안쓰럽다. 그 모습을 보면서, 그 모습들을 보면서 아마도 독자 자신의 모습이 보일지도 모르겠다.

 

나는 질척대는 매들린의 연애담보다도 매들린이 영문학과 3,4학년 재학 중에 들었던 강의나 지도교수가 과제로 내주었던 필독서들에 관심이 더 많았다. 그리 친숙하진 않으나, 낯설지 않은 이름들, 작품들에서 우선멈춤이었다. 데리다, 에코, 바르트 같은 기호학계의 거물들. 발자크, 시오랑, 로베르트 발저, 레비스트로스, 페터 한트케, 칼 밴 벡터 등과 롱펠로, 쿠퍼, 마퀸드, 오스틴과 엘리엇, 모비딕은 e-book으로 읽다말았는데, 모비딕 이야기도 나온다. 내가 어디까지 봤더라? 옛 선원이었던 목사가 교회에서 설교하는데 까지 봤던가? 마저 한참 읽어야겠다.

 

연애소설의 대부분은 남자가 주인공 아니었던가? 이 소설은 오로지 매들린을 축으로 이야기가 돌아간다. 연애소설이 무슨 유익이 있는가? 사랑은 살아가며 우리 안에서 일어나는 소중한 감성이다, 감정이다. 이 소설을 읽다보면 내 모습도 당신의 모습도 보일 것이다. 실패한 사랑조차도 독자에겐 훌륭한 스승이다.

 

“결혼의 현실적 문제를 반영한 책으로 『마담 보바리』, 『안나 카레니나』가 있었다면, 가장 최근엔 『결혼이라는 소설』이 있다.” 《뉴요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