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교사 안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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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는 내내 즐거웠다. 작가는 오로지 쾌감을 위해 이 작품을 썼고, 나도 오로지 즐거움을 위해 이 작품을 읽었다. 무게감 조절이 참 마음에 든다. 전체적으로는 유쾌하게 가다가 적절히 무거워지는 부분들도 많다. 게다가 귀엽고 사랑스러운 설정, 인물,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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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몇 악역 말고는 등장하는 인물들, 특히 안은영이나 홍은표 등의 중심인물들이 참 매력적이다. 욕도 서슴없이 하고 세상에 불평불만도 많지만, 너무나도 무해하고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 친절을 베푼다. 현실적이고 인간적이면서도, 참 선하고 따듯하다.

이들은 상처를 가지고 있고 어딘가 짠한 구석을 가지기도 했다. 안은영은 특별한 능력 때문에 어린 시절을 외롭게 보내야 했고, 홍은표는 사고로 신체적인 장애를 가지게 됐다. “지독하게 폭력적인 세계”를 마주하고서도 엇나가지 않고 이런 세계에서 다른 이들을 보호하고 도와준다는 게 놀랍다.

이들은 중심이 아닌 주변부에 있는 사람들이다. 주요과목도 아니고 학생들이 좀처럼 좋아하지도 않는 과목을 가르치는 한문교사 홍은표. 늘 일상 속에서 사람들이 좀처럼 들여다보지도 않는 고전 문장들을 떠올리는, 전통을 좋아하는 한문교사이다. 또, 외로이 보건실을 지키는, 다른 교직원이나 학생들과 거리감이 있을 수밖에 없는 보건교사 안은영. 학교 주변부에 있는 그녀이기에 아예 보이지 않는 벽 너머에 있는 급식실 아주머니들을 살필 수 있는 거겠지. 이들을 보면 삶의 주변부에서, 혹은 보이지 않는 벽으로 분리된 곳에서, 대가 없는 친절을 떠올리는 이들을 생각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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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 내가 많이 읽고 좋아하는 류의 소설은 아니다. 나는 좀 현실적이고 무겁고 그런 소설을 좋아한다. 근데 이런 소설도 좋구나. 모든 의미에서 벗어나서 그냥 이야기 자체가 주는 쾌감, 즐거움만 즐겨도 되겠구나 싶다. 이 즐거움을 위해 오늘은 짧게 써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