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

밀란 쿤데라의 책은 그의 여성관 때문에 읽다가 불편한 부분이 꼭 생긴다. 가벼움과 무거움을 상징하는 네 남녀가 각자의 이야기로 전개되지만, 각자의 시점이 아닌 토마시와 비슷한 밀란 쿤데라의 시점이 군데군데 섞여 있는 것 같아서 아쉬웠다. 가벼움과 무거움이 같은 비중으로 있지 않고 가벼움, 특히 토마시에 맞춰져 있는 듯한 느낌이었다.

어떤 면에선 허무주의에 가깝게 느껴지기도 하는데, 원형의 시간에 사는 카레닌이란 개는, 직선에 살아서 행복과는 먼 삶을 사는 인간들이 어떤 가치관으로 살아가건 다 부질없는 것이라고 말하는 것 같기 때문이다. 네 명의 남녀로만 가벼움과 무거움을 다뤘다면 복잡한 진행에도 단조롭다고 느꼈을 텐데, 카레닌이 있어서 이 소설이 특별하게 느껴지고 작가를 선호하지 않음에도 이 소설에 조금 더 애정이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