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리오 영감

‘자본주의’를 말하는 책에서 많이 등장하는 소설 ‘고리오 영감’. 이 책을 사람들을 통해 알게된 것이 아니라, ‘자본주의’ 경제를 말하는 인문학 책에서 꽤 많이 등장해 신기하다는 생각이 들어 읽게 되었다. 읽고난 후의 느낌은 정말 ‘돈이 다인 세상’이라는 점과 책 속과 현실은 얼마나 다를까. 하는 허탈함이였다.

발자크의 소설은 처음인데, 개인적으로 등장인물들이 꽤 많다보니 처음엔 적응하느라 힘들었다. 그리고 세계문학 특유의 말투가 등장해, 오랜만에 세계문학을 읽다보니 적응하느라.. 시간이 꽤 걸렸다는 점은 안비밀.

 

파리의 화려함과 성공을 쫒아 모여든 보케르부인의 하숙집엔 여러 인물이 살고 있다. 그 중 주인공인 으젠, 책의 제목인 고리오 영감, 의대생 비앙숑 등등. 책의 내용은 간단하다. 변호사가 되기위해 공부 중인 으젠은 파리의 하숙집에서 공부를 하다 화려한 파리의 사교계로 빠져든다. 사교계에서 첫눈에 빠진 레스토 백작부인, 그녀는 고리오 영감의 첫째딸이다. 그리고 만난 뉘싱겐 남작부인의 부탁을 들어주다가 그녀의 속내를 알고 그녀를 사랑하게 된다. 그녀는 고리오 영감의 둘째딸이다. 고리오 영감은 첫째, 둘째 사위로 부터 배척을 당하고, 그로인해 딸들과도 몰래 만나는 처지였다. 가진 재산을 모둔 딸들의 결혼에 지참금으로 보내고 얼마 남지않은 연금으로 살며, 보케르 부인의 하숙집에서 사는 노인이다. 고리오영감은 그의 둘째딸과 으젠과의 관계를 알고, 으젠을 통해 둘째 딸의 소식을 듣고, 그가 그녀의 남편과는 달리 자신의 딸을 마음으로 대하는 것을 보고 남은 재산을 털어 그녀와 그의 집을 마련해준다. 으젠은 그런 영감에게 진심으로 고마워하고, 그때 마침 재산을 탕진한 첫째딸이 아버지가 으젠과 둘째딸에게 돈을 들인것을 알고, 첫째와 둘째는 아버지 앞에서 싸우게되고, 이것을 지켜보던 고리오 영감은 실신한다. 그리고 서서히 악화되어가는 병으로 고리오 영감은 죽어가고, 그의 곁을 지키는 이는 으젠과 하숙집 의대생 비앙숑 뿐이다.

 

이 모든 관계는 다 ‘돈’과 관련이 있다. 18세기말, 19세기 초가 배경이고, 말그대로 돈을 가진 부르주아가 권력을 가지고 있는 세상이다. 돈이 있어야 부모로써 대접을 받고, 돈이 있어야 말그대로 사람취급을 받는 곳. 그곳은 파리다. 고리오 영감은 돈이 있을때는 아버지, 장인의 대접을 받았으나, 돈이 없는 그는 그저 타인일뿐이다. ‘돈’의 맛을 아직 잘 모르는 학생 둘만 그의 곁을 끝까지 지켰다. 으젠은 돈이 주는 쾌락을 알면서도, 그 이면의 매정함을 아직은 같이 보는 청년이기에,,

하지만 그와 같이 하숙하는 모든 이들은 누군가의 죽음 그 자체를 외면하고, 이해관계가 얽힌 하숙집 주인만이 받지 못한 돈에 아까워했다. 딸들은 아버지의 죽음보다 돈으로 인한 남편과의 불화가 더 먼저였다. 타인의 무관심이야 어쩔수 없다고 쳐도, 딸들은 그녀들을 위해 모든 것을 바친 아버지가 위독하다는데도  그를 외면한다. 만약 고리오 영감이 돈이 많은 상태였다면… 아마도 그 무슨 일보다 먼저 아버지 곁에서 아버지를 지켰겠지. 결국은 돈이다. 가진 것을 다 내어주고 빈털털이 된 그녀들의 아버지는 그녀들의 안중에 있을리가. 사실 이런 스토리는 지금도 흔하게 뉴스에서 접한다.(드라마나 영화가 아니라 뉴스에서..) 어쩌면 노인 고독사의 기사를 심심찮게 보는 지금, 차라리 같은 하숙집 청년들의 배웅이라도 받았던 고리오영감이 더 행복해보이지 않는가 싶다.

돈이 중요하지만, 돈이 전부는 아니여야 하는데, 여전히 우리는 돈이 전부인 세상을 살고 있는듯 하다. 적나라한 소설이다. 개인적으로 과거보다는 더 나은 사회로 가고있다고 생각했는데, 그때나 지금이나 비슷하다는 생각이 드는 씁쓸함만 남았다.

 

“돈이 바로 인생이야. 돈이면 무엇이든지 할 수 있지. 그런데 그 알자스 태생의 뚱보녀석이 우리에게 뭐라고 지껄인다고? 델핀아, 너를 쇠사슬로 묶고 불행하게 만든 그놈에게 사분의 일리얄조차도 양보해서는 안 돼. 그놈이 너를 꼭 필요로 한다면, 우리는 그놈을 고압적으로 다루어서 올바른 길을 걷도록 해야 해.” p. 3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