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은 딸로 머무르고 싶어요

딸 – 엄마 – 할머니. 젊은 층 – 중장년층 – 노년층. 그들을 구분할 수 있는 단어가 별로 없다. 하지만 우리는 그 시기를  반드시 겪는다. 하나뿐인 딸에서. 하나뿐인 엄마에서 하나뿐인 할머니로. 이름이라는 고유명사가 어느 순간부터 타이틀로 불리기 시작한다. 시간의 흐름에 따라 나를 대하는 태도가 달라진다. 그때의 나는 그 시간 속에 붙잡혀 둔 것 마냥 말이다. 그들은 그때의 내가 여전한 나로 존재할 줄 안다. 자신들은 그렇게 될지 모른단 눈을 하면서. 사람은 시간에 점차 밀린다. 새로운 사람이 태어남과 동시에. 그리고 현재는 과거의 내가 선택한 결과물이다. 과거를 탓하는 건. 내 탓을 하는 거나 마찬가지다. 그러니 적어도 나만큼은 나 스스로 만큼은 내 탓을 하지 말자. 달라질 건 없으니까. 지금이라도 다시 시도하면 좀 더 나은 미래를 과거로 만들 수도 있으니까.

 

모든 건 이어져 있다. 특히 사람은 더 그렇다. 내가 태어났다는 건 어느 하나의 선으로 연결되어 있다는 것이고 그 선은 내 몸에 몇 가닥인지 셀 수 없을 정도로 단단히 묶여있다. 하지만. 이런 내가 가끔은 하늘에서 뚝 하고 떨어진 것 마냥 행동한다. 그것은 살아가는 중 몇 차례 이어진다. 특히 내 몸이 허약해지면 더 그렇다. 하지만, 부모님은 꾸짖지 않는다. 그리고 같은 선으로 연결되어 있다 해서 자신의 삶과 연결 지어 살게 하고 싶어 하지 않는다. 자신보다는 조금 더 나은 삶을 살기 바라는 게 부모 마음이니. 처음엔 엄마라는 세상이 내게 가장 큰 세상인 줄 알았으나 다른 엄마의 세상에서 살다 온 아이들과 만나니 내 세상이라는 게 새로이 생겼고 이제는 엄마의 세상과는 너무나 멀어져 버린 행성 타운에 자리를 잡았다. 우리는 이제 만나면 충돌해 뭐 하나 부서지든가 둘 다 멸망해버리는 세계. 행성이 되어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