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수은
연령 15세 이상 | 출간일 2020년 10월 15일

이 책은 베테랑 외국문학 편집자로 20여 년 넘게 일하면서 편집자인 동시에 독자로 읽은 수많은 책들 중 52권을 엄선하해 소개하는 독서 에세이이다. 예전에 이수은 저자의 <숙련자를 위한 고전노트>를 재미있게 읽었던 기억이 나는데, 고전 읽기에 대해서 굉장히 깊이 있는 통찰이 돋보였던 책이라 왜 그 다음 시리즈가 안 나오는 지 기다렸던 참이다. 편집자라는 직업적 특성에서 오는 뛰어난 글솜씨와 함께 책, 특히나 고전을 사랑하는 마음이 듬뿍 담겨 있는 책이라 매우 흥미로웠던 기억이 난다.

이번에는 표지도, 판형도, 제목도 조금 더 대중적인 느낌으로 가볍게 다가갈 수 있는 신작이라 더 기대가 되었다. 이번에도 고전 작품들을 소개하고 있지만, 전작이 살짝 무거운 느낌이라면 이번 신작에서는 더 많은 작품을 두루두루 살펴보는 느낌으로 보여주고 있어 더 친숙하게, 누구라도 고전에게 마음을 열 수 있도록 쓰여진 책이다.

날카로운 사유와 깊이 있는 통찰이 빛나는 문장들임에도 무겁지 않고 유쾌하게 이야기를 풀어나가고 있어 더욱 매력적인 책이었다. 무엇보다 저자의 책에 대한 애정이 페이지 곳곳에 묻어나 책을 사랑하는 독자 입장에서 더욱 공감할 수 있었고,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던 것 같다. 개인적으로 세상에 나쁜 책은 없다고 생각한다. 물론 읽다가 너무 지루해서 던져 버린 책도 있고, 말도 안 되는 전개에 짜증 나서 분노했던 책들도 만난 적이 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쁜 책에서도 배울 점은 있다고 생각하며, 세상에 존재해야 할 어떤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그렇게 책을 사랑하기에 매번 새로운 책을 고를 때마다 나는 신중해진다. 평생 아무리 부지런히 책을 읽는다 해도, 읽고 싶은 책들을 전부 읽을 수는 없을 테니 말이다. 나 같은 책중독자들에게는 이 책이 마치 친구 같고, 동지를 만난 것 같은 기분이 들게 할 것이다. 반대로 아직 독서 초보자라서 책을 읽고 싶지만 어떤 책을 골라야 할지 모르겠다 싶은 이들에게는 이 책이 뛰어난 가이드가 되어줄 것이다. 각자의 상황과 유형에 맞는 책을 위트 있고, 유머러스한 소개를 통해 안내해줄 테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