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잡지 한편 2호 – 인플루언서』는 ‘인플루언서’라는 개념에서 출발한 열 명의 열 가지 논의를 접할 수 있는 책이다. 1호의 주제였던 ‘세대’부터 보건대 맨 앞에 배치된 글은 개괄적인 이야기와 더불어 주요 개념의 해제에 초점이 맞춰져있다.

이유진의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나요」는 정론지로 대변할 수 있는 언론의 역사와 저널리즘이 소셜 미디어라는 새롭고 급변하는 환경 앞에서 구 매체로서의 생존과 다양성 확보를 고민하는 모습에 대해 이야기한다. 기존의 저널리즘이 새로운 포맷에 맞게 변화하는 것과 여성 인플루언서들의 확대는 뉴 미디어 시대에 대한 대안과 함께 나란히 생동하고 있다.

“저널리스트는 인플루언서와 친분을 쌓아 구/독자가 많은 1인 미디어에 출연하고, 인플루언서는 매체의 인정을 받아 더욱 영향력을 넓힌다. 저널리스트가 인플루언서가 되고, 인플루언서가 다시 저널리스트가 되는 상호 방향성 속에 놓인 것이다.”

윤아랑의 「네임드 유저의 수기」는 인플루언서의 현시적 범주에 가까운 위치로부터 소위 말하는 ‘네임드 유저’와 비평의 권위 변화를 논한다. ‘제도’가 나눠준 비평가라는 이름표에 걸맞게 그들이 과연 “위기를 진단하기 위해 위기의 끝에서 첨병이 될 것을”기꺼이 자처했는지 묻는 그는 비평의 어긋남이 기존 채널들의 경계가 희미해지면서(필자의 표현에 따르면 ‘흐물흐물해지는’) 드러난 것이라 말한다. 제도의 통제력에 금이 가면서 인플루언서들이 등장하고, 역설적이게 그들이 기존 미디어를 향해 다가가기도 한다. 기존의 제도와 대안은 이렇게 기묘하게 맞물린다.

한편 강보라(「<<일간 이슬아>>의 진정성」)는 ‘진정성’이라는 것이 “개인의 고유한 속성을 넘어 사회적 관계 안에서 완성되는 것으로 이해하는 편이 바람직하다”는 찰스 테일러의 말을 빌린다. 인플루언서는 소통 가능성과 동시에 수용자와의 정보 비대칭성이 그 형성 조건이라 할 수 있다. 디지털 공간에서의 자기 재현이 가상의 타자가 지닌 사회적 시선을 반영하며 그 안에서의 진정성으로 발현되기도 한다.

박한선의 이야기(「인플루언서 vs. 슈퍼전파자」)는 간명하다. 저질하고 불량한 정보의 해로움. 이는 근대에 와서도 쉽사리 떨쳐지지 않던 ‘미아즈마(miasma)’와도 같다. 이는 두 가지 층위에서 해석할 수 있는데, 우선 진단이 틀린, 그러니까 애초에 제대로 된 답이 나올 수 없다는 사실과 ‘독기’라는 미아즈마의 뜻처럼 불량하고 정확하지 않은 정보는 그 자체로 원인이 된다는 것이다. 무시무시한 전파력을 지닌 부정확한 정보가 호소력과 언어 능력을 갖춘 인플루언서를 통해 빠르게 전파된다. 이 ‘슈퍼전파자’에 대한 적절한 조치와 초기 방역에 신경 써야 한다.

이민주(「#피드백 운동의 동역학」)는 최근 여러 사회 분야에서 일어나는 피드백 운동에 대한 경향 분석과 방향성을 제시한다. 페미니스트 소비자가 피드백을 통해 기업과 소통하고 그 과정에서 나타나는 기업의 태도를 눈여겨보며 변화를 요구한다. 피드백 공동체로 참여하기 위한 과정에서 자격 조건을 검증하거나 받아야 하고, 단일한 요구와 목소리에 힘을 싣기 위해 ‘다른 목소리’는 일정 부분 묵살되기도 한다. 그리고 남성이 주요 소비자인 게임이나 스포츠 분야에서는 그런 피드백이 힘을 얻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피드백에서 중요한 것으 그 자체가 가지는 역동성이다. 소통이 지닌 양면이 피드백에서도 작용하고 있다.

“온라인에서의 피드백 운동을 기존의 사회 운동 방식과 비교하여 ‘진짜’ 운동이 아니라고 깎아내리거나, 여성들이 손해만 보는 장사라고 단정 짓는 것은 오히려 편리한 결론이다.”

“여성들의 막대한 노동과 감정 자본이 투여되고 있는 현상은 부수적인 오류가 아니라, 운동 동력의 핵심으로서 ‘피드백의 값’일지도 모른다.”

김아미가 이야기한 「어린이의 유튜브 경험」은 유튜브가 단순히 시간을 때우는 오락공간 만이 아니라 어린이들에게 그들의 새로운 의사소통과 코드를 공유하는 문화 공간임을 역설한다. 실험을 통해 발견한 것처럼 유튜브를 어린이들의 새로운 사회화 공간으로 인지하고 그를 기반으로 한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이 필요하다는 의견이다.

김헌(「2500년 전의 인플루언서들」)은 고대 그리스 연설가에 대해 이야기하며 현대의 인플루언서가 지향해야 할 지점에 대해 질문한다. 고대 그리스 연설가들이 자신이 한 얘기에 대한 논리성을 지키며 가진 지속성과 신뢰에 대해서는 생각해볼 만하다.

유현주(「팔로어에게는 힘이 없다」)는 냉철하게 소셜미디어의 불균형한 소통 방식과 행위자로 착각하고 있는 소비자에 대해 얘기한다. 인플루언서에게 내가 받는 영향은 두말 할 것  없이 다종다양하지만, 내가 인플루언서에게 끼칠 수 있는 영향은 (당연히) 크지 않다.

정종현의 「선한 영향력 평가하기」는 흥미로운 근현대사 이야기가 포함되어 있다. 식민지 시대 일본 유학생 김성수의 일대기를 훑으며, 당대의 인플루언서가 지닌 여러 측면의 영향력에 대해 돌아보고 현재의 인플루언서의 영향력과 팔로어들의 깨어있는 참여와 관심을 촉구한다.

윤해영(「영향, 연결, 행동」)은 기후 행동 활동가로 몸담으며 사람뿐만 아니라 전 세계의 생물과 지구 생태계가 서로의 영향 아래 놓여있음을 실감하고, 기후 위기에 반응하는 우리들이 행동하는 이들과 연결되길 희망하는 마음을 보낸다.

시대의 화두인 인플루언서를 다양한 측면에서 바라보는 이들이 있어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영향력에 대해 숙고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