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음 같은 웃음을 지울 수 없는 책.

이기호
연령 13세 이상 | 출간일 2014년 7월 25일

책을 읽으며 나복만이 자기 의지와는 너무나 무관하게, 심지어 미련스럽다고 느껴질 만큼 자신이 원하는 삶과 멀어지고 있음에도 무력한 대응을 한다고 느끼는가? 몇몇 순간, 나 역시 그렇게 느끼곤 했다. 나복만은 침묵-글을 읽을 줄 몰라 운전면허 필기시험에 수차례 낙방한 끝에 브로커를 사들여 시험을 대신 보게 한 사실이나, 신문 배달하던 학생의 자전거와의 접촉사고로 인해 도로교통법과 관련한 문제가 생기지 않도록 관련된 일들에 대해 함구하는 종류의 침묵-을 통해 자신이 다시 ‘안전택시의 1년 차 신입 기사’로 돌아갈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에게는 국가보안법보다 도로교통법이 더 중요했으니… 그게 나복만의 삶이 지닌 비중이었다.

개인적 삶의 비중과 역학을 뒤흔들어놓는 ‘국가보안법과 그 행위자들’. 그리고 독재자. 국가의 미명이라는 명목으로 개인에게, 게다가 유독 약한 기반 위에 서 있는 개별자-가족 관계가 불분명한 고아 등-에게 칼을 겨누는 시대. 개인으로 존재할 수 없는 시대에 개인에 대해 집요하게 묘사한 이 책은 현대사의 계보학적 편린으로도 읽힌다. 울음 같은 웃음을 지울 수 없는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