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에겐 그들만의 기적이 있었다

의문의 바이러스가 세계를 휩쓸고 사람들은 죽어간다. 대개 아포칼립스를 다룬 영화나 책들은 그 사건 자체를 쫓아가는 이야기로 전개되기 마련이다. 하지만 이 책은 바이러스의 행방과 원인을 추적해가는 이야기가 아니다. ‘멸망을 향해 나아가는 세상 속에서 사람들이 어떤 심정으로 살아가고 있는가’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최진영 작가님 소설에서 빠지면 섭한 사랑. 원인을 알 수 없는 바이러스로 매일 사람은 죽고, 사람에 대한 믿음과 신뢰가 바닥난 상황에서도 사랑은 존재한다. 사라지고 사라져도 남아있는 우주처럼, 인류가 멸망해도 사랑은 남을지도 모르겠다.

류와 단의 사랑도, 도리와 지나의 사랑도, 지나를 좋아하는 건지의 사랑도 그들에겐 그들만의 기적이 있었다.  읽는 동안은 도리와 지나의 사랑에만 집중했는데, 읽고 난 후엔 이상하게 건지의 마음이 생각났다. 물고기를 잡고 새콤달콤한 열매를 따서 사랑하는 사람에게 주고 싶다던 건지의 마음. 제발 살아만 있으라는 그 절박함이 계속 생각난다.

그리고 무엇보다 지나의 태도도 굉장히 인상적이었다. 불행이 바라는 대로 재앙을 닮아가진 않을 거라는 말. 자신을 홀대하지 않을 거라는 다짐. 평생을 이런 식으로 살아야 할지도 모르니 감자 한 알을 먹더라도 소중하게 먹으려는 마음. 소중한 것을 소중하게 여길 줄 아는 그 태도에 감탄했다. 그리고 나도 그런 삶을 살아야지, 생각했다.

“소중한 것을 소중하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