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엄마,

동화 같기도 하고 소설같기도 한

질척이지 않고 간결한 문체의 소설.

엄마와의 이별을, 경험하지 않고 써낼 수 있을까를 생각한다.

암에 걸린 엄마. 떠나간 엄마와 그 엄마와의 이별을 그려내는 방식이 쉽다.

이런 이별이 나 혼자만의 것이 아니니 작가는 실타래를 풀듯 글자를 꺼내 이야기 옷을 짰다.

소설 속에서 나의 엄마 모습도 보고

그리움도 느낀다.

울컥한다.

울면 안 돼.

아빠에게 전화를 한다.

“아빠?!”

목소리가 밝다.

내 속의 잠금장치가 녹슬지 않았다.

울지 않는다.

그리고 엄마와 나와의 이별을 생각한다.

간호가 힘들어 네가 와서 간호하면 안 되냐, 물으시던 아빠.

그럼, 우리 애들은요?

나는 내 새끼들 걱정이 먼저다.

엄마는 아빠와 동생에게 맡기고..

방학 때 놀러 온나, 아픈 엄마가 말했다.

겨울방학 때 갈게. 그럴 시간이 있을 거라 생각했다.

방학마다 갔는데, 그해에는 뭣도 안 되는 강의한다고 까불거리다 엄마와 지낼 시간을 놓쳤다.

아이들 좋아하는 엄마 얼굴에 웃음을 더 주지도 못하고

철 없이 그리 엄마를 보냈다.

돌아가셨다는 말을 듣고 내려갈 준비를 하는데 TV가 고장났다.

엄마가 나를 찾아온 거라 생각했다.

가족들 부르는게 좋겠단다, 동생 말을 듣고 다음 날 내려 갔어야 했는데..

주말까지 괜찮을 거라는 아빠 말을 믿는 게 아니었다.

“처음 병원에서 말한 게 길어도 4개월이었거든.”

“응.”

“그걸 넘으니까, 일상으로 돌아가 버렸어. 후회할 텐데.”

말하고서야 깨닫는다. 그랬구나 싶다.

….(중략)

“근데, 후회는 뭘 해도 하게 돼 있어.”

…(중략)

고호민은 약사처럼 절망이라는 면죄부를 처방해주고 다음 버스를 탔다. 정아는 자신에게 필요한 게 희망이 아니라 절망이었음을 깨닫고는 다시 엄마에게 미안해졌다.

오늘의 엄마, 강진아, 민음사, 2020, 151쪽

이별은 연습이 안 된다. 죽은 남자 친구와의 이별로 슬픔을 풀어내던 주인공 정아는 암에 걸린 엄마와 다시 이별을 경험하지만 언제나 이별은 낯설다. 길어지는 간호에 엄마가 아프다는 사실을 잊고 일상으로 돌아가고 싶어하는 주인공이 짠하다. 아픈 엄마 옆에서 미안함을 느끼는 절망이 필요하다는 이야기가 서글프다. 애 써야 다시 미안해지는 긴 간병은 효자도 살인자를 만든다. 그러나 산 사람은 살아야지, 그 당연하지만 잔인한 말이 아파도 사실일 거라 생각한다. 떠나는 그들이 그렇게 바랄 것이므로. 우리가 잘 살기를 바랄 것이므로. 우리를 사랑했으므로.

 

​암으로 떠난 엄마 이야기에 더 감정이입 되었는지 모르지만 이별이라는 주제에 담담하고 간결한 문체가 마음에 든다. 사랑하는이와의 이별을 앞둔 이들에게 권하고 싶다. 떠나고 나면 아쉬움이 남지 않게, 한이 되지 않게 사랑을 다하여라. 떠난 엄마를 보내고, 소설을 읽으며 그리 결론을  내려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