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에 대하여”속에서 김혜진 작가는 너무나도 다른 소수자들이 서로 갈등하고 마침내 서로를 이해하려 노력하는 연대의 과정을 그린다.

중동으로 떠나는 남편, 아직 어린 딸을 위해 교사를 그만둔 ‘나’는, 요즘 말하는 ‘경단녀’일 것이다. 남편의 사망 후 계약직을 전전하며, 월세와 보호요양사 일로 근근이 살아가는 중노년 경단녀. 그의 딸은 많이 배웠지만, 덜렁이고, 이상주의자이며, 세상과 타협할 줄 모르는 레즈비언이다. 하늘과 땅 차이로 보이는 둘은 함께 자본주의의 끄트머리에서 달랑이던 끝에, 딸이 보증금을 빼먹은 그의 연인, 레인 역시도 함께 사는 조건으로 동거를 결정한다.

레인을 ‘나’는 이해하려고도, 하려는 노력도 하지 않는다. 왜 결혼을 안 하냐며 몰아세우고 그 둘은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사이라며 폄하한다. 하지만 ‘나’는 동시에 그의 요양 담당인, 세상을 누비던 여성이었으나 끝내 늙어 쪼그라들고 있는 ‘젠’에게 헌신하며 소수자에게 가해지는 세상의 편견과 폭력에도 저항한다. 그렇게 서로를 밀어내며, 세상에 저항하며 ‘나’는 조금씩 거리를 좁힌다.

그들이 마침내 맞닿는, 이 책의 가장 아름다운 순간인, ‘나’가 레인에게 파스를 붙혀주는 순간을 말하지 않을 수 없다. 그 둘과 충돌하고, 그들을 밀어내던 ‘나’가 시위에서 물리적 폭력을, 더러운 동성애자라는 모욕을 당하고 돌아온 딸과 딸의 연인의 모습을 목도한 뒤에, 보내는 작은 공감과 도움에서 우리는 연대를 본다.

하지만 연대는 완전한 화합과 융합은 아니다. ‘나’가 마침내 떠난 젠의 장례식장에서 생각하듯이, 어쩌면 ‘나’는 영원히 그 둘을 이해하지 못할 것이다. 하지만, 조금씩 줄인, 그리고 줄여나가는 그들의 거리 사이에는 함께하는 그들이 있을 것이다. 완전히 하나가 되지 않더라도, 서로를 위해 서는 것, 그것이 김혜진 작가가 본 연대의 뒷면이며, 연대가 아름다울 이유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