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 실격

인간 실격.

주인공 요조는 진정, 인간으로서 실격이었던 것일까?

 

요조는 겁이 많다.

사람들과 접촉하는 것이 두렵고 사람과의 관계가 어색하다.

어색함과 두려움을 감추기 위해 우스개 소리를 지껄이거나 얼치기 노릇을 하는데 이상하게도 사람들 반응은 좋기만 하다.

사람의 호감을 얻는 경우 대개는 자신감을 찾겠으나 요조의 상태는 나아지지 않는다.

마음 속의 두려움은 커지지만 겉으로 드러나는 모습은 과감하고 즉흥적이어서 그가 가진 두려움은 전혀 눈치챌 수 없다.

 

공산주의에 심취하거나

인사불성으로 술을 먹거나

맘에 없는 여자와 지내거나

자살을 기도하거나

약에 중독이 되거나

20대 청년이지만 나이 많은 여자에게 얹혀 사는 기둥서방 노릇도 마다하지 않는다.

인간 실격이라기보단 인간 말종에 가깝다고나 할까.

그런데 밉지 않다.

 

어디에도 발 붙이지 못한 사람.

어디서나 누구에게나 관심을 끄는 존재가 되지만 그 관계가 힘겨운 사람.

큰 고민없이 자살을 선택할 수 있을 정도로 삶에 애정이 없는 사람.

불의의 순간에 박차고 나설 용기가 없는 사람.

섬세하고 예민하지만 자신의 예민함을 돌볼 줄 모르고 위로받지 못하는 사람………..

요조는 누구나 하나씩 담고 있는 나약한 모습을 모두 모아둔 존재다.

어떤 사고를 쳐도 미워할 수 없는 것은 그 안에 내가 있기 때문.

그래서 인간 실격이라 외칠 수 없고 수긍하기 어렵다.

책에서도 본인 스스로 인간 실격을 외친 것이 아니라 믿었던 사람들에 의해 인간 실격을 당했다고 하지 않는가.

질풍노도의 시기를 살아내는 – 나약하기 짝이 없는 인간의 이야기.

다자이 오사무의 자전적 소설로 봐도 좋은 인간 실격은

​전쟁 후 일본 청년들을 사로잡았던 소설이라고 한다.

지금의 청년들도 살얼음판을 걷듯이 살고 있으니 요조의 마음을 공감할 수 있지 않을까?

인간 말종에 가까운 삶을 살았으나 남에게 해를 끼치지 않았으니 나는 그를 인간 실격이라 보지 않는다.

답답하긴 해도 이해할 수 있다.

 

* 인간 실격 뒤에 ‘격소’ 라는 단편이 함께 실려 있다.

예수를 팔아넘긴 가롯 유다의 이야기.

유다가 직접 말하는 그 날.

나는 재미있었음.

기독교인이라면 쉽게 이해하며 볼 수 있겠지만 어떻게 받아들이는가는 개개인의 몫.