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가 지는 곳으로

내 책꽂이에 이렇게 많은 소설이 있었던 적이 없었는데 요새 자꾸 소설을 찾아 읽고 있다. 내 인생에 유례없는 문학 전성기. 무인대출로 예약한 책 두 권도 소설, 서포터즈 활동으로 읽고 있는 책도 소설이다. 그런데 입력에 비해 출력이 그리 좋진 않다. <해가 지는 곳으로>와 <딸에 대하여>는 모두 10쇄 가까이 찍은 베스트셀러인데 책을 덮고 나서 다 읽은 것 같지 않은 뒷맛이 남았다. <해가 지는 곳으로>는 ‘아포칼립스, 여성 연대, 퀴어 로맨스’ 라는 요새 읽힐 만한 소재를 다 때려박았음에도 이야기의 완성도나 문장의 밀도가 부족하다고 느꼈다. 작가의 말에서 일부러 빈 공간을 비어놓은 채로 글을 썼다고 했는데 내 취향은 아니다. 카피는 마음에 든다. “사랑을 품고 세상의 끝까지 돌진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