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체 이 땅에 내집은 어디에

김의경
출간일 2018년 10월 5일

알라딘에서 책을 구경하다가 재밌게 읽었던 #가만한나날 과 판형이 같은 #쇼룸 을 보게되었다. 얼마전 본 민음사tv에서 민음사 천재디자이너분께서 읽기 편한 판형을 연구하다가 만들었다는 얘기를 듣고 나서 이 책을 보고 나니 정말 크기도 그렇고 안에 접지 부분에 글씨가 접히지 않도록 공간을 많이 뺀 것도 그렇고 읽는 사람을 생각한 디자인이구나 싶었다. 그래서 알아보니 아직 가만한 나날과 쇼룸, 그리고 작년에 나온 겨울방학 이 세권만 제작 된 것 같아 초기 일때 모아보자 싶어서 이 책을 구매했다. 원래 책 꽂이에 이런 시리즈는 아니지만 판형이 같은 것들끼리 모아두면 이쁘고 그렇잖아요? 아무튼 제목과 표지디자인만 봐서는 가구점에 관련된 이야기인가 싶어서 봤더니 이 안에는 총 7편의 단편들이 실려있었다.

 

#물건들

여자와 남자는 다이소에서 우연히 만난 동창생이다. 그러다 우연히 사랑에 빠졌고, 다시 우연히 헤어지게 된다. 한때 다이소를 밥먹듯이 다녔던 사람으로서 공감이 많이 됐던 작품. 오늘도 오랜만에 다이소에 가고 싶네.

 

#세븐어클락

빚쟁이들에게 시달려 야반도주한 부부, 다시는 부부 사이를 돌이킬 수 없을 정도로 남보다 못한 사이가 되어 아침 7시에 아내가 편의점 알바를 할 동안 남편은 퇴근해 집에서 잠을 자고, 저녁 7시에 택배상하차를 위해 집을 나서는 남편을 보고 그제야 집으로 들어가는 아내 같은 집에 살지만 얼굴보기가 힘든 부부에게 이케아의 오픈 소식은 다시 한번 예전으로 돌아갈 기회를 준다.

 

#이케아소파바꾸기

대학을 갓 졸업한 동갑내기 여자 친구 셋이서 한집살이를 시작했다. 공용 소파와 각자의 가구를 사기 위해 새로 오픈한 이케아를 방문한다. 한명은 대기업 계약직, 두명은 카페 알바를 하며 서로 다른 삶을 살지만 저렴하다는 이케아 소파 앞에서는 직장인, 알바생 구분없이 작아진다. 다른 삶을 사는 것 같아도 여전히 닮은 친구들

 

#쇼케이스

작가라는 같은 직업을 가진 한 커플이 동거 끝에 혼인신고를 한다. 남자는 여자의 꿈을 위해 글을 쓰라고 하고, 자신은 정육점에서 고기를 썬다. 쇼케이스에서 팔리기만을 기다리는 고기를 얼마나 팔아야 남편도 자신이 좋아하던 글을 쓸 수 있을까.

 

#이케아룸

18살 차이의 커플. 남자친구가 구해준 오피스텔에 필요한 가구를 구매하기 위해 이케아를 찾는다. 그곳에서 아무리 신혼부부 행세를 해도 우리는 불륜이다. 남자가 자신을 위해 구해준 오피스텔과 가구들을 보니 이제 여기서 자신이 빠져도 남자는 눈치 못챌 것 같다.

 

#계약동거

제2의 인생을 준비해야하는 60대 중년의 여인에게 사랑이 찾아왔다. 이 사람과 함께 다른 인생을 살고 싶지만 젊었을때 자신이 낳다 죽은 딸아이가 생각난다. 이케아의 쇼룸같은 새 집에서 살고 싶다가도, 평생 자신의 어두운 자궁 속에서만 살다 죽은 아이 생각에 눈물이 나 옷장에 숨어버린다. 중년의 남성은 옷장속에 숨은 그녀를 기다려준다.

 

#빈집

50세 아직도 영화감독을 꿈꾸는 여자. 아들은 결혼하고 싶었던 여자에게 집 한채 사주지 못해 이별하고, 당장 사는 집 또한 방을 빼야 할 지경이다. 대한민국에 빈집이 107만채, 서울에만 8만채가 있다는데 도대체 내가 살 집은 어디에 있을까

 

#2층여자들

고시원과 친구집을 전전긍긍하던 여자는 새로 생긴 신축 고시원에 들어간다. 함께 생활하는 2층 여자들은 서로를 배려하지 않는 이기적인 사람이지만 어쩌면 나 역시 그녀들과 다를바가 없다.

이번 책으로 처음 알게된 #김의경 작가님의 남편은 정육점에서 일하시고 함께 이케아를 구경갔다가 쇼룸에 숨어 있으려는 작가님을 말려주었다는데

그 얘기를 들으니 작가님의 작품은 남편분의 영향을 받았구나 싶다.

그리고 가장 요즘적인 2~30대의 이야기와 준비 못한 노년기를 맞이한 노년들의 이야기를 쓰신걸로 봐서 현대사회 문제에 관심이 많으신 분 같다.

전작 역시 #청춘파산 이라는 자극적인 제목인데, 한번 찾아 읽어봐야지.

집꾸미기를 좋아하고, 가구나 소품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읽기도 좋지만 내 집마련 문제를 걱정하는 사람들이 읽는다면 정말 공감 많이 할 소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