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나 카레니나 1~3권

마음속엔 항상 <고전>이란 책을 읽어야지 하고 있지만 쉽사리 잡히지 않는 것이 고전이 아닌가 싶다.(나만 그런가?)어쨌거나 그래서 새해 다짐(?)으로 2018년 첫 책을 <안나 카레니나>로 결정 했다. 이 책을 결정할 수 있게 용기를 준 책 또한 <뻐꾸기 둥지 위로 날아간 새>이다. 너무 재밌게 어렵지 않게 술술 읽혔던 탓에 안나까지 도전할 수 있었다.
<안나 카레니나>는 무려 세 권이다. 페이지 수 또한 총 1800페이지라는 결코 만만히 봐서는 안되는 페이지라 살짝 겁도 먹은 건 사실이다. 그래도 워낙 유명한 책인데다 오랫동안 베스트셀러로도 올라있던 책이니만큼 뿌듯함을 앉고 읽어 보려 한다.
<안나 카레니나>하면… 행복한 가정은 모두 모습이 비슷하고 불행한 가정은 모두 제각각의 불행을 안고 있다. 란 말이 가장 많이 거론되는 말 중 하나다. 첫 문장이 이말로 시작해서 더 그런 것일 수 있지만 읽다보면 이말의 뜻을 조금씩 이해하게 된다. 참, 읽으면서 좀 불편한 게 있다면 등장인물들의 이름 이다. 길기도 하고 발음도 어렵고 혀가 막 꼬임.ㅋㅋㅋ
<안나 카레니나> 스테판(스티바)의 여동생이자 카레닌의 아내이다. 안나는 페테르부르크에서 고위 관리의 아내로, 부와 명예를 누리며 살지만 남편과의 생활은 쇼윈도 부부에 가깝다. (단, 안나는 남편이 무척 착한 사람임에 중점을 두고 사는 듯)안나는 오빠 스테판 부부의 불화로 그들을 화해시키 위해 모스크바로 오지만 우연한 기회에 브론스키와 사랑(불륜)에 빠지고 만다. 하지만 불륜이 어찌 아름다울 수 있겠냐마는 안나는 브론스키와의 사랑을 택하고 사랑하는 아들까지도 포기하며 브론스키와 떠난다. (과연 안나가 원하는 영원한 사랑이 있을까…)
<알렉세이 알렉산드로비치 카레닌> 안나의 남편이자 유능한 고위 관리이며 안나보다 20살이 많다. 곧은 성품의 사내이지만 남들의 이목에 신경을 많이 쓰는 인물이기도 하다. 안나의 불륜으로 괴로워하다 결국 이혼의 기로에서 방황한다.
<알렉세이 키릴로비치 브론스키> 부유하고 사교계를 좋아하는 브론스키는 스테판의 처제 키티에게 사랑을 구애하던 중 안나에게 빠지고 만다.(헐~사랑은 움직이는 거냐?) 결국 키티를 외면하고 (이 나쁜노므시키) 안나를 쫓아 페테르부르크로 떠난다. 어찌 됐든 귀족들의 멸시와 조롱으로 안나와 떠나지만 그녀에게 점점 더 빈번하게 일어나는 질투의 발작을 그를 몸서리치게 했으며 그의 마음을 식게 만들었다.
<스테판(스티바)오블론스키> 안나의 오빠이자 돌리의 아내로 사교계와 유흥을 좋아하는 공작이다. 그는 집안은 결코 신경 쓰는 일이 없으며 다섯이나 되는 아이들도 보살피는 일이 거의 없다. 오직 사교계와 유흥에만 신나서 다니는 한량이나 다름 없고, 어쭈? 거기다 가정부와 바람까지? 그러면서도 변하기는 커녕 개 버릇 남 못 주듯이 방탕한 생활은 끝이 없고 (이남자 패주고 싶다)… 이러한데 아내와의 관계가 좋을리 있겠는가… 어쨌거나 안나로 인해 화해를 하지만 누가봐도 뻔한(?)화해… 하지만 그에게 매력이 하나 있다면 모든 사람들과 융화한다 것. 또 등장인물들을 연결해주는 매개체 역할을 한다는 거다. 내외적으로 돌리와 스티바로 인해 등장인물들이 연결 되고 만나고 헤어진다.
<다리야(돌리) 알렉산드로브나> 스테판의 아내이고 다섯 아이를 양육하며 힘겹게 생활하지만 남편의 바람으로 이 생활을 끝낼지 말지를 고민하며 하루하루를 무기력하게 살아간다. 정작 자신은 힘겨워하면서도 아픈 사람에게 먼저 다가가 위로와 격려를 아끼지 않는 그런 여자다. 결국 안나로 인해 남편을 용서하고 생활을 유지 하지만 그것도 평탄하지만은 않다.(여자들의 고통은 그때나 지금이나 별반 다를 게 없네… 너무나 가엾은 돌리)
<카체리나(키티) 알렉산드로브나> 돌리의 동생이며 브론스키와 레빈의 사이에서 갈등을 한다. 브론스키의 청혼을 기다리며 젊잖은 귀족 레빈의 청혼까지 거절하지만 브론스키와 안나가 함께 있는 모습에 절망에 빠져버린 키티. 그러다 결국 마음의 병까지 걸리고 힘겨운 나날을 보내다 레빈과의 만남으로 활기를 찾고 그와 행복을 꿈꾼다.
<콘스탄친(코스챠) 드미트리치 레빈> 키티에게 청혼을 했지만 거절을 당하자 시골로 돌아간다. 귀족이지만 사교계와 유흥에는 관심도 없고 시골에서 농지를 돌보며 조용히 살아간다. 레빈은 귀족 답지 않게 일꾼들과 같이 일도 하면서(이시대엔 귀족이 농민과 같이 일을 한다는 건 조롱감이었다.) 기쁨을 누린다. 농민과 농지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도 하고 오랜 방황속에서 믿음을 깨닫고 삶의 의미를 찾아가는 인물이다.(등장인물들 중 제일 제정신인 남자.ㅋㅋ)톨스토이의 실제 모습이 레빈의 모습으로 그려냈다해도 과언이 아닐만큼 상당히 흡사하다고 한다.
여기 일곱 명의 등장인물들이 주가 되어 위선, 질투, 신념, 욕망, 사랑, 배신, 인간의 감정과 결혼, 계급, 종교 등 19세기 러시아의 사회 구조에 대한 모든 것을 보여주고 있다. 특히나 제목이 <안나 카레니나>이듯이 안나의 비극적인 사랑 이야기라고 할 수도 있다. 오로지 사랑만을 믿고 떠난 한 여자의 인생이 결국엔 지나친 사랑의 집착으로 파멸을 맞게 된다. 안나와 브론스키만 보더라도 그 시대에선 굉장한 쇼킹이라 할 수 있는 게 안나는 남편의 이혼에도 거부를 (아들의 양육권을 포기하라 했기에)하면서 까지 이혼을 하지 않으려 했다. 그러면서 아들을 포기하며 (아들이 자기에게 오지 않는 한 이혼은 절대 안할거란)불륜이라는 꼬리표를 달고 브론스키와 떠난다는 거다. 과연 이게 제대로 정신이 박힌 사람이라면 할 수 있는 행동일까? 남편은 무슨 죄란 말인가…
하지만 책을 읽으면서 각자의 불행과 가정의 불행이 일어나지만 결코 그걸 그냥 두는 게 아닌 주위의 충고로 인해서 때론 고민을 털어 놓음으로서 용서와 화해를 한다는 것이다. 용서는 우리가 쉬이 할 수 없는 용서급이다. 이들의 용서를 보았을 땐 이걸 감탄해야 하나 제장신인가 하는 생각조차 들기도 했으니까… 서로가 시기와 질투를 끊임없이 하며 더 좋은 관계로 발전하는 인물이 있는가 하면 오히려 상대를 숨막히게 하는 인물도 있다.
이 이야기는 어느 날, 훌륭한 옷차림을 한 신원 불명의 여인이 선로에 뛰어들어 죽었는데  톨스토이도 아는 여성 (톨스토이의 이웃 영주의 내연녀)이었던 것. 그래서 역의 바라크에서 실시된 검시를  참관하기도 했으며 머릿속에서 잊혀지지 않자 새로운 소설의 출발점이 됐다 한다.
이시대의 귀족들의 삶과 인간의 내면세계와 정치, 교육, 문화, 농촌 문제, 노동자 문제, 여성 문제 등 러시아 전체를 담아냈다해도 과언이 아니다. 또 이 책이 두꺼울 수밖에 없는 게 등장인물들의 내적, 외적 심리를 아주 세세하게 풀어 내다보니 당연 두꺼워질 수 밖에 없겠구나 싶었다. 그러한 면에서는 약간의 지루함이 없을 수는 없다. 그러면서도 그들의 이야기는 흥미로웠고 끊임없이 자기에게 묻고 또 물으며 레빈이 삶의 깨달음을 얻는 결말은 인상적이었다. 그러면서 레빈과 키티의 앞으로의 삶이 어떠하리라는 생각을 하게 되더라는…

 

나의 이성으로는 내가 왜 기도를 하는지 깨닫지 못할 테고, 그러면서도 난 여전히 기도를 할 거야. 하지만 나에게 일어날 수 있는 그 모든 일에 상관없이, 이제 나의 삶은, 나의 모든 삶은, 삶의 매  순간은 이전처럼 무의미지하지 않을  뿐 아니라 선의 명백한 의미를 지니고 있어. 나에게는 그것을 삶의 매 순간 속에 불어넣을 힘이 있어.

 

결코 쉽지만은 않았던 이 책을 19일만에 끝냈다는 이 뿌듯함은 어떻게 표현 할까?ㅎㅎ 혼자서 나에게 대견해라며 쓰담쓰담해 본다.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