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과 바다

참으로 여러 번 읽는 책이다.

고전 중의 고전으로 불리며 언제나 필독서 명단에 이름을 올리는 책.

 

읽어도 읽어도 재미가 없었다.

머리에 남는 것이 없었다.

마냥 지루하고 따분했던 책.

물고기 한 마리 잡아서 돌아오는 얘기를 가지고,

이토록 길게 써내는 헤밍웨이가 대단하단 결론만 도출시켰던 바로 그 책.

​​그랬던 이야기가 이제사 가슴에 박히고 감동으로 다가온다.

 

나의 연륜과 경험이 더해져서 읽기가 수월해졌음을 인정한다.

노인이 던지는 한 마디가 예사롭지 않게 다가오는 건 내가 늙고 있기 때문임도 인정한다.

 

작은 배 안에서 노인이 느낀 외로움은 막연하고 추상적인 것이 아니다.

실질적이고 구체적인 외로움.

말 한 마디 건넬 사람이 없고 손 뻗어 도와달랄 사람이 없으니,

날아다니는 새도 친구고, 잡히기 직전의 물고기도 친구가 된다.

외로운 노인에게

등과 어깨를 통해, 쥐가 나는 손을 통해, 벗겨진 살갗을 통해 고통은 구체적이고 실제적으로 다가온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노인은 고기를 놓아주지 않는다.

놓아줄 수 없다.

내가 곧 물고기고, 물고기가 곧 ‘나’니까.

고기를 놓아주는 것은 곧 ‘나’를 놓는 것이니까.

 

인간은 파멸할 수는 있어도 패배할 수는 없다고,

인간이 역경에 얼마나 잘 견뎌낼 수 있는지를 보여주겠다는 노인.

노인을 통해 헤밍웨이가 던지는 메세지는 충분히 감동적이었다.

부귀영화와는 거리가 멀어진 힘없는 노인이지만,

자기가 잡은 고기를 상어에게 모두 빼앗겨 겨우 흔적만 남겼지만,

그는 한 순간도 포기하지 않아 스스로 명예를 지켜낸다.

나 자신에게 부끄럽지 않은 삶을  살아낸다.

 

이 감동을 10대가 느끼기엔 무리가 아닐까 싶다.

나는 인간과 인생에 대한 고민이 깊지 못했기에 청소년기를 거쳐 청년기를 건너 중년이 되어서야

노인과 바다를 제대로 읽었다 말할 수 있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