곧 우리에게 닥칠

이 소설의 배경은 원인을 정확히 알 수 없고, 증상이나 감염경로도 정확하진 않지만 어쨌거나 많은 사람들이 순식간에 죽어나가는 병이 온 지구를 뒤덮은 시기에 각자의 이유로 한국을 떠나 러시아 허허벌판에서 만난 한국인들의 이야기이다.

​청각장애인 동생 미소와 한국에서 부터 걸어서 러시아까지 온 도리. 아버지와 살아남은 몇몇의 친척들과 함께 트럭을 끌고 러시아로 온 지나. 지나의 옆집에 살던 남자아이 건지. 바이러스로 두 아이 중 한 아이를 잃고 죽지못해 살아가는 권태기의 부부 류와 단. 각자의 삶을 살던 사람들이 낯선 땅 러시아에서 만나 서로를 의심하고, 사랑하고, 걱정하는 이야기이다.

예전에도 한번 바이러스가 온지구를 뒤덮은 소설을 읽은 적이 있는데 그게 바로 정유정의 28이다. 그 책은 특이하게 개의 시점과 사람의 시점이 나왔고, 결말이 잘 기억이 안나는걸 보니 조만간 한번 더 읽어야겠다.

아무튼 해가 지는 곳으로는 크게 5명의 인물 시점으로 이야기가 진행이 되는데 내가 가장 흥미롭게 읽은 인물은 건지의 이야기다. 끝부분에 짧게 나오지만 건지가 정말로 사랑했던 지나에 대한 마음이나 앞으로 어떻게 살아남을 것인가에 대한 고민을 하는 부분을 읽으면서 아 최후까지 살아남을 사람은 건지겠구나 생각했지.

소설을 읽을땐 마음을 울리는 구절을 찾기란 쉽지않다. 빨리빨리 다음 페이지를 읽어야하고 그래서 어떻게 된건데가 너무 중요하니깐. 그래도 이 책을 읽으면서 한번 소름돋았던 부분은

바로 이 장면. 전쟁아닌 전쟁속에 믿었던 자신의 가족들에게 상처를 입고 떠난 도리를 다시 만나게 될 줄이야.

지금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가 다시 과거 처럼 무기를 들고 전쟁을 하는 것 보단, 이렇게 인간도 어쩌지 못하는 바이러스나, 자연재해로 인해 서로를 죽이고, 살아남으려고 하는 식의 전쟁이 일어날수도 있다. 그런 상황이 온다면 어떤 인간들의 모습이 나타날지 아주 짧게나마 느낄 수 있었던 작품.

​도리가 미소와 함께 가려고 했던 해가 지는 곳은 어디였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