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굴의 일부가 아니라 생애의 접힌 모서리가 절박하게 닮은 사람들.

❝ 우연한 생명을 외면하지 않고 삶 쪽으로 끌어당긴 사람들 ❞

책의 뒷표지에 적힌 이것이 이 책을 관통하는 문장이 아닐까 싶다.

이 책의 주인공은 단순히 나나이자 박에스더, 정문주가 아니다. 정문주와 박에스더, 나나. 그리고 그녀의 뱃속에 존재하는 작은 생명, 소율이자 우주. 그리고 그녀를 한국으로 올 수 있게 만든 서영. 그녀의 동료인 소율과 은. 복희식당의 추연희. 연희와 복순, 그리고 복희. 그런 복희의 세 번째 엄마가 되어준 이름 모를 노파. 철로 위 아이를 구한 정우식 기관사. 앙리와 리사. 문경과 수자. 모두가 주인공인 소설이다. 그리고 그 주인공 모두가 행복하길. 각자의 공간에서. 그곳이 암흑이든, 빛이 있는 곳이든 간에.

입양에 대한 편협한 시선을 가지고 있을 모든 사람들에게 이 책을 추천하고 싶다. 나 역시 티비 프로그램에서 종종 등장하는 입양아들의 이야기를 바라볼 때마다 낯설게만 느껴졌는데. 나 역시도 입양아와 고아에 대해 편협한 시선을 가지고 있었고, 지금도 내 안에는 그런 마음들이 남아있을 것이기 때문에 이 책을 읽게 된 것에 대해서 큰 감사함을 느낀다. 이 소설을 써주신 조해진 작가님에게도, 이 소설이 무사히 출간될 수 있게 갖은 노력을 해주신 민음사의 직원분들께도.

또한 기지촌 여성들의 불우한 삶에 대해서 깊이 있게 생각해볼 수 있는 기회가 되기도 했다. 빛 한 번 보지 못하고 암흑 속에 죽어버린 열한 명의 아이들에게서 오는 죄책감과 고통이 노파에게 어떤 의미인지 알기에 그 누구도 노파를 힐난하지 못한다. 그녀가 복희를 통해 상기시켰을 그 감정들… 나는 노파를 힐난하기 보다는 그저 꼭 안아주고 싶다. 그리고 그녀의 귀에 속삭이고 싶다. 당신의 삶을 기억할게요, 오래토록, 기억할게요, 라고.

책의 가장 큰 장점을 이 책을 통해 다시금 상기시킬 수 있었다. 화자의 입장에서, 그리고 약자의 입장에서 약자의 목소리로 이야기해보는 경험을 할 수 있다는 것. 내가 직접 주인공이 되어보고, 그들의 입장에서 세상을 바라볼 수 있다는 것이. 가지고 있던 편견을 부술 수 있게 만들고, 잘못된 무언가를 바로잡을 수 있는 기회를 주는 것이.

이 마음을 잊지 않고 다시 한 번 꾹 눌러 되새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