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미오와 줄리엣

어릴 때 간단한 줄거리 정도만 알려줄 정도의 책으로 읽었던 로미오와 줄리엣을 고3 이된 내가 보면 그 때와 다른 느낌이 들까?  같은 느낌이 들까? 궁금했고 사람이 변하면 책도 변한다는 말이 사실인지 사실이라면 직접 느껴보고 싶었다. 그래서 다시 한 번 읽어보려 책을 선정하게 되었다.

 

올해 읽은 여러 세계문학전집에 있는 문학 작품들에서와 같이 독특한 구성에 색다른 느낌을 받았다. 작가의 시점이 다르거나, 대화만으로 상황을 이끌어 가는 앞서 읽은 책들을 이어서 이 책은 대본 형식으로 연극을 할 수 있게 지어졌다. 딱히 행동이나 인물에 대한 묘사 없이 진행되며 등장과 퇴장만 알 수 있지만 그런 단점이 보이지도 않을 정도로 인물의 대화에서 상황을 잘 묘사하고 있다. ‘거미여왕의 키스’처럼 다른 책과 다른 전개 방식이지만 그 단점은 느껴지지 않고 장점만이 부각되는 것이 신기하기도 하고 작가의 능력을 다시 한 번 알 수 있었다. 단순히 대화만으로 상황을 눈앞에 그리는 것은 굉장한 능력이라고 생각한다.

 

부끄럽게도 나는 로미오와 줄리엣이 집안의 반대로 인해 비극을 맞았다고 생각했다. 로미오와 줄리엣이라는 작품의 명성을 듣고 마음 아픈 이야기라는 것만을 알고 있었다. 어릴 적 연극에서, 동화책에서 짧게 봤던 기억들로 로미오와 줄리엣을 기억했는데 그 기억들에 세세하게 살을 붙이고 몰랐던 내용들을 알게 되니 더 마음 아픈 이야기였다. 살인죄로 다시는 돌아오지 못하는 로미에오 안타까웠고 속상했다.

 

‘축복은 떼를 지어 너에게 몰려오고 행복은 최고의 옷을 입고 너에게 구애한다.’ ‘죽음이 이 아이에게 때 이른 서리처럼 내렸어. 온 들판의 꽃 가운데 가장 예쁜 꽃 위에.’ ‘죽음이 내 사위, 상속인이 된 거야, 내 딸과 결혼했어,’ 로미오와 줄리엣은 윌리엄 셰익스피어의 명성에 걸맞게 언어적, 문학적 표현이 굉장하다. 사소한 말 한마디마다 화려하면서도 매력적인 은유, 비유, 직유법 등을 사용하여 마음을 움직이다.

 

출판사에서는 같은 책이어도 고전이거나 해외문학의 경우 번역을 당대에 맞춰 다시 내기도 한다. 내가 처음 읽었던 위대한 개츠비의 경우에도 2013년에 다시 번역과 편집을 하여 더 쉽게 독자가 읽고, 독자에게 작가가 전달하고자 하는 바를 전달하기 위해 노력한다. 위대한 개츠비를 읽으면서 다시 번역을 하고 다시 편집을 해야 하는 이유를 크게 알지 못했지만, 2005년 마지막으로 번역, 편집 된 로미오와 줄리엣을 보면서 그 필요성을 다시 깨달았다. 물론 위대한 개츠비와 8년이라는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시간의 차이가 있지만 그 차이는 굉장하다. 당시에는 맞았지만 현재에는 틀린 맞춤법 혹은 당시에 그리 신경 쓰지 않은 편집과 글씨체로 읽기에 조금은 불편함이 있었고, ‘이 부분은 이제 이런 식으로 고치면 좋겠다.’ 하는 것들도 적지 않았다. 이런 부분에서 예상치 못하게 출판사에서 번역과 편집을 끊임없이 해야 해야 되는 이유를 깊이 느꼈다.

 

만나자마자 사랑을 고백하고, 다음날 몰래 결혼을 약속하며 성당에서 결혼식을 올린 로미오와 줄리엣. 연극이라는 한계에 부딪힌 것이라고 본다면 조금은 조급한 설정이었던 것 같기도 하다. 설득력이 있기에는 ‘소설이니까’라는 말 말고는 납득이 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