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츠제럴드는 책을 쓸 때, 독자층을 다양하게 두었다. 개츠비의 말 중 “모든 작가는 자기 세대의 젊은이들, 다음 세대의 비평가들, 그리고 그 뒤의 영원한 미래 세대의 교육자들을 위하여 작품을 써야 한다” 라는 말에서 알 수 있듯이 피츠 제럴드는 다양한 독자층 그리고 미래 세대까지 생각하며 책을 썼다.

 

책의 마지막 부분의 해설의 말을 빌려와 “1910년대의 미국의 삶을 이해하려면 시어도어 드라이저의 시스터 캐리를 읽어야하고 1930년대의 미국의 삶을 이해하려면 존 스타인벡의 분노의 포도를 읽어야 하듯이, 1920년대의 미국의 삶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위대한 개츠비를 읽어야 한다.” 라는 말로 이 책의 가치를 총정리 할 수 있다.

 

1920년대의 미국은 제1차 세계 대전이 끝난 뒤 유럽과는 달리 경제적으로 그 어느 때보다 뛰어난 성장을 이루었다. 특히 상류계층에선 재산을 늘릴 수있는 최적의 시대로 이 무렵 통계 자료에 다르면 1922년부터 1929년 사이에 주식의 수익 증가율은 무려 108퍼센트에 달한다. 이렇게 상류 계층들이 돈을 있는 대로 끌어모으는데 이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인물이 바로 개츠비이다.

 

이 책은 미국의 1920년대의 경제 모습을 잘 담아내었다고 해서 좋은 책으로 평가 받는 것이 아니다. 피츠 제럴드의 섬세함으로 당시의 유행했던 것들, 당시의 문화적 모습 등 1920년대 미국의 모습을 아주 잘 표현하고 있다. 피츠 제럴드는 가상의 잡지인 “타운 태틀”등을 책의 작은 요소들로 끼워 넣었다. 이 가상의 잡지는 1920년대 발행되던 황색 잡지 “타운 토픽”을 염두에 둔 것으로 추정된다. 이렇게 작은 요소들도 당대의 시대 상황을 잘 보여주고 있다. 이 외에도 엘리베이터 보이, 전화 교환원 등 현재에는 사라졌고 당시에만 볼 수 있는 직업들도 보이며 색다른 재미를 선사한다.

 

피츠 제럴드의 섬세함은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피츠 제럴드는 윌슨 부인의 집 탁자 위에 “베드로라 하는 시몬”이라는 책을 놓았다. 이는 얼핏보면 당대의 유명한 책 중 아무거나 쓰였다고 생각하겠지만, 윌슨 부인의 캐릭터 설정과 함께 본다면 놀랍도록 섬세한다. 윌슨 부인은 책 속에서 부도덕하고 타락한 여인으로 나온다. 또한 “베드로라 하는 시몬”이라는 책은 1921년에 영국에서 출간된 책으로 피츠 제럴드가 한 때 ‘아주 부도덕한 작품’이라고 평한 바 있다. 이렇게 제럴드는 자신의 사상을 캐릭터 설정에 불어 넣었더 ㄴ것이다.

 

가장 첫 장에 등장하는 “누구든 남을 비판하고 싶을 때면 언제나 이 점을 명심하라” “이 세상 사람이 다 너처럼 유리한 입장에 놓여 있지는 않다는 것을 말이다.” 라는 말은 소설의 전반적인 내용을 암시한다. 피츠 제럴드는 책의 처음부터 책의 주제를 내놓은 것이다.

 

사랑하는 여자를 위해 돈을 모으고, 매일밤 성대한 파티를 열었던 개츠비의 끝은 암담했다. 그 끝을 비판하기 전에 개츠비가 유리한 입장이 아니었다는 사실을 깨닳는 다면 개츠비를 비판할 수 없을 것이다. 비판하더라도 일부분에 대해서 더 호의적으로 넘어갈 수 있었을 것이다. 개츠비의 안타까운 사랑으로 말이다. 처음 이 책을 읽기 전까지, 나는 이 책이 굉장히 어려운 책인 줄 알았다. 유명한 고전 혹은 세계 문학을 보면 읽기 전부터 어려울 것 같다는 겁이 들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영화화까지 된 이 작품이 궁금했고, 한 번 읽기 시작하자 생각만큼 어렵지 않았다. 오히려 1920년대의 미국이라는, 지금까지 내가 읽었던 책들에서는 볼 수 없는 배경의 내용으로 더 흥미를 끌었고 더 쉽고 재미있게 읽혔다. 그런데에는 민음사 편집자들의 각주도 한 몫 했다.

 

개츠비의 시선도, 개츠비가 짝사랑하는 여인의 시선도 아닌 개츠비의 이웃집에 사는 사람의 시선으로 전개되는 이 책은 이제 껏 보지 못한 관점이라서 더욱 재미있게 다가온 것도 있었다. 1인칭 관찰자 시점. 내가 읽었던 수많은 책들이 1인칭 주인공 시점 혹은 전지적 작가 시점에서 진행되었다. 그런 부분에서 위대한 개츠비는 나에게 여러 방면에서 새로운 경험을 하게 해 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