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리오처럼

영화 <일 포스티노>를 못봤다. 그래서 돌아와 책을 찾아 읽었다. 시인 파블로 네루다와 그의 우편배달부 마리오. 책에서 시인 네루다는 무거움과 진지함을 벗고 위트와 인간미 출중한 인물로 나온다. 둘이서 쌓는 친밀과 우정이 매우 귀엽다. 무지몽매하던 마리오가 시인을 통해 메타포를 알게 되면서 세상의 아름다움을 깨우친다. 말할 줄 모르던 이에서 말할 수 있는 이로 다시 태어나고 베아트리스라는 진정한 사랑을 쟁취한다. 시인의 도움이 컸다.

칠레 프롤레타리아 계급의 외침과 당시의 분위기가 위협적이다. 그 속에서 마리오는 목소리를 낼 줄 알게 된 것이다. 메타포로 일상에 의미를 부여하고 그렇게 나온 시는 세상을 움직이기도 한다. 마리오의 시가 그러진 못했다. 에필로그에서 살짝 언급된다.

마리오가 네루다를 위해 이슬라 네그라의 소리를 녹음할 때, 그 모든 것이 시가 되어 시인에게 보내진다. 그 부분은 인상깊다. 스토리의 클라이맥스다. 위대한 시인과의 우정은 어떤 느낌일까. 마리오가 부러워 그의 동경에 온통 공감하며 읽었다. 마리오가 시인 네루다와의 우정을 유지하고자 노력하는 모습, 네루다를 향한 조건 없는 동경, 그에 대한 시인의 보답은 따뜻함으로 가득차 있다. 재밌다. 모든 것이 시로부터, 메타포로부터 연결된다. 그렇게 나온 모든 언어가 아름다움을 입었다.

그래서 영화를 봐야할지 안 봐야할지 고민이다. 지난번 영화를 여러차례 봤다는 사람의 얘기를 기억하는데, 현재 책만 읽은 내가 거기 공감을 못해서 영화보기가 겁이 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