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는 자기가 사는 마을에 만족했다. 빨간 지붕 집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고, 게다가 숲과 초원 그리고 들판과 하늘이, 사람이 일부러 생각을 짜내어도 못 다다를 만치 잘 균형을 이루고 있었다. 저녁이면 불 꺼진 면사무소에서 시작된 길이, 지고 있는 둥그런 해 한가운데로 뻗치곤 했다. 길 양옆에는 마을들이 있었다. 국도가 갈라져 그녀가 사는 마을로 향하는 곳, 바람에 뜯긴 단 한 그루 버드나무께에 이 화학자는 버티고 서서 짧게 친 머리카락을 저녁 미풍에 내맡기고 있었다. 그녀를 자신의 마을로 가게 하는 것이나, 그 남자를 고속도로로, 또 하고자 한다면 세상 모든 길로 이어지는 이 국도로 가게 하는 것이나 다 똑같은 그리움이었다. 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