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이웃의 식탁

포장되지 않은 워킹맘의 생활을 낱낱이 볼 자신이 없어서 읽기를 미뤘다가, 마침 마음이 우울해졌을 때 어차피 우울해진 마음에 더 우울을 얹어도 될 것 같아서 책을 읽기 시작했다.

막상 읽으니 다음에 일어날 일이 불안하면서도 궁금해져서 빠르게 책장을 넘겼다. 육아의 현실이란 예상대로 행복하지만은 않았다. 공동육아를 하게 되면 짐이 분산될 것 같았지만 사람과 사람이 만날 때면 마찰이 있기 마련이라 짐은 오히려 늘어난 것 같았다. 육체적인 짐이 줄었다면 정신적인 짐은 배로 늘어난 느낌. 하기 싫어도 다른 사람이 오늘 이 만큼의 일을 했다면 괜히 눈치가 보인다거나 내가 다른 사람보다 일을 더 많이 한 것 같다거나. 공동육아를 시작한 순간 그것은 또 하나의 공동체가 되어 제2의 회사가 만들어진 것이다. 퇴근을 하였지만 또 다른 회사로 출근하는 것. 두번째 회사는 원한다고 퇴사하기도 힘들다는 것.

일하면서 아이를 키운다는 것이 힘들다고는 들었지만 혼자 키우는 것이 아니니까(공동육아를 하지 않더라도 배우자가 있으므로) 나 외에 타인과 여러 가지를 조율한다는 것이 예상보다 매우 어려운 일이라는 걸 체감했다. 이러한 현실을 알면서도 아이를 낳는 엄마들이 대단하게 느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