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깨어 있는가”

시리즈 세계문학전집 77 | 조지 오웰 | 옮김 정회성
출간일 2003년 6월 16일

영국 사람들이 안 읽고도 읽은 척 한다는 책 1위에 꼽히는 명작(?), 1984를 읽었다. 작가의 의도야 무엇이든간에 이 책이 반(反)공산주의, 혹은 반사회주의로 각인된 만큼 북한과 국경을 맞대고 있는 우리나라에서도 안 읽으면서 읽은 척 한 사람이 많을 것이다(물론 북한을 공산주의 체제라고 부를 수는 없지만). 나조차도 제대로 읽지 않고 과거 수업시간에 <1984>와 <멋진 신세계> 속 디스토피아를 비교했던 대략적인 내용만 파악한 채로, 누가 “1984 읽어 봤어?” 하고 물어보면 대답도 뭉뚱그려 “아, 조지 오웰이 쓴 거? 빅브라더한테 감시당하는 디스토피아 소설 맞지” 하고 대답했었으니, 설문의 신뢰도가 좀 높아지는 것도 같다.

 

작가 조지 오웰이 소설을 통해 던지는 질문, “당신은 깨어 있는가?”

주인공 윈스턴은 진리부의 외부 당원으로써 당의 방침에 따라 과거를 날조한다. 당의 표어는 “과거를 지배하는 자는 미래를 지배한다. 현재를 지배하는 자는 과거를 지배한다.” 이다. 그래서 현재와 미래를 완전무결하게 만드는 최선의 방법이 역사 조작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윈스턴은 역사적 사실을 은폐하는 정부의 일에서 현실과의 괴리를 느끼고 의구심을 품었고, 의구심을 바탕으로 저항 차원에서 일기쓰기(불법)를 시도하지만 잘 써지지 않는다. 지금껏 정부가 시키는 대로만 살다보니 생각을 정리하는 일이 쉽지 않았던 것이다. 그는 이런 글을 적는다. “자유란 둘 더하기 둘은 넷이라고 말하는 것이 자유이다. 그것이 용납된다면 그 밖의 다른 모든 것도 이에 뒤따른다.” 둘 더하기 둘은 다섯인 게 진리였던 오세아니아에서 ‘넷’이라고 말하는 것이 자유라고 생각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일 것이다. 모두가 같은 생각을 가지고 다섯이라고 외칠 때 틀림을 알고 넷이라고 외치는 용기와 지혜. 물론 윈스턴조차도 혹독한 고문과 끝없는 이중사고를 반복하며 둘 더하기 둘은 다섯임을 깨우치지만, 결과가 어떻든 그 시작은 혁명적이었음은 사실이다.

 

리뷰를 긁어오며:

마지막 장면에서 이중사고에 성공해 자신의 과거까지도 날조해버리고 마는 윈스턴, 빅 브라더를 찬양하던 그 순간의 전율… 책을 덮는데 너무 어정쩡하고 허무해서 뒷 이야기를 달라고 작가를 닦달하고 싶은 기분이 들었었다. 그런데 3초만 생각해보면 알 수 있다. 이게 가장 완벽한 결말이라는 걸. 1984는 처음부터 끝까지 어둡고 음침해 몰입이 잘 됐다. 몰입이라기 보다는 등장인물을 향한 연민에 가까웠지만 아무튼. 이야기 전개도 재밌지만 사상적인 근간도 담겨있어 읽어볼 가치가 있는, 의미있는 책. 살면서 처음 읽은 조지 오웰의 책이라 더 기억에 남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