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르만헤세

출간일 2000년 12월 2일

p.19

마침내 우리는 땅바닥에 앉았고, 프란츠는 강물에다 침을 뱉었다. 그 애는 어른처럼 보였다. 잇새로 침을 탁 뱉는데 어디든 원하는 곳을 맞혔다.

p.54

이런 생각을 나는 끝없이 했다. 돌 하나가 우물 안에 던져졌고, 그 우물은 나의 젊은 영혼이었던 것이다. 그리고 긴, 몹시 긴 시간 동안 카인, 쳐 죽임, 표적은 바로 인식, 회의, 비판에 이르려는 나의 시도들의 출발점이었다.

p.57

그리고 그럴 때 나의 두려움은 내가 그 일을 처음부터 스스로 하지 말았어야 했다는 데 대한 깊은 후회 못지않게 컸다. 반면, 아무리 비참했어도, 나는 다 뉘우치지는 않았다. 적어도 늘 다 뉘우치지는 않았고, 이따금씩은 모든 것이 이럴 수밖에 없다는 느낌도 들었다. 내 위에 어떤 숙명이 드리워져 있고 그것을 깨뜨리려는 시도는 소용없는 일 같았다.

p.103~104

‘금지되었다’는 것은 그러니까 영원한 것이 아니야, 바뀔 수 있는 거야. 오늘도 누구든 어떤 여인과 함께 신부님 앞에서 결혼하고 나면, 동침해도 돼. 다른 민족들에게서는 달라, 오늘날도 말이야. 그러니까 우리들 누구나 자기 스스로 찾아내야 해, 무엇이 허용되고 무엇이 금지되어 있는지 – 자기에게 금지되어 있는지. 금지된 것은 결코 할 수 없어. 금지된 것을 하면 대단한 악당이 될 수 있지. 거꾸로, 악당이라야 금지된 일을 할 수 있기도 하고 말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