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것에 집착하지 않으나 모든 것을 아끼고 사랑하는 사람이 적당히 어깨에서 힘을 빼고 꾸민 집이었다. 화분에 담긴 식물마저 살뜰한 보살핌 속에 자랐다는 것을 자랑하는 듯하다. 사람이 죽은 후인데, 이곳은 추억의 감옥이 아니다. – p. 45
나는 쇼이치의 손을 잡았다. 쇼이치도 꼭 잡아 주었다. 성적인 의미에서가 아니라, 사람은 왜 사람 살에 닿으면 안심하는 것일까. 동물이라서 그럴까. 외적인 의미보다 더욱 깊은 곳에서는 모두가 성적인 생물이라서 그럴까. -p. 120
쇼이치가 내 등을 가볍게 토닥거렸다. 마치 엄마가 그러듯. 이모도 쇼이치의 등을 이렇게 토닥여 주었겠지, 하고 생각했다. 사람은 부모가 자신에게 해 준 것만을 다른 사람에게 해 줄 수 있다면, 나는? 나는 괜찮은 걸까? -p. 1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