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을 치우시오. 반항하지 않을 테니까

“손을 치우시오. 반항하지 않을 테니까, 알겠소?”그러자 한 사람은 손을 놓고, 다른 한 사람은 팔에 수갑을 채우려다 그만둔다. 메일러는 겨드랑이에 와 닿는 딱딱한 손의 감촉에도 움찔하지 않으며 조금 빠른 속도로 헌병들과 함께 들판을 가로질렀다. 펜타곤의 벽과 나란히 걸어가니 드디어 그 건물이 완연히 제 모습을 드러냈다. 드디어 성공했다. 머리에 곤봉 한 번 맞지 않고 체포되는 데 성공했다. 자, 이제 산더미 같은 공기가 폐부에 연기처럼 가늘고 맵싸하게 밀려온다. 이 납덩이 같은 벽면 위에 서린 광포한 긴장은 지금껏 이리저리 방황하던 것보다 훨신 더 짜릿한 사건들을 약속하고 있었다. 이제는 단순한 방문객이 아니란 말이다. 바로 이곳이 적지이며 곧 적과 대면하게 될 것이다 206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