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과 6펜스

시리즈 세계문학전집 38 | 서머싯 몸 | 옮김 송무
출간일 2000년 6월 20일

사실 책 속 인물(스트릭랜드)의 기행에는 별 관심이 없다. 다만 이 책이 전해준 것은 세상의 모든 인간 군상을 이해하기에는 그런 군상을 파악할 수 있을 만큼의 많은 인간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는 절망적이거나 슬픈 소식은 아니다. 인간을 파악하지 못한다고 해서 인생에 큰 일이 닥치는 것도 아니며, 파악한다고 해서 영험한 진리에 가까워지며 무언가를 누리게 되는 것도 아니다. 물론 브악한 자들은 그러지 못한 자들을 비웃을 수 있는 자신들만의 계급적 특권을 받을 수 있겠지만, 그것 역시 그들이 파악한 사실 만큼이나 영향력을 끼치지 못한다. 책의 뒷표지에 쓰여 있는 말을 인용하자면 ‘억압된 현실에서 벗어나 본마음이 요구하는 대로 자유롭게 살고 싶은 욕망을 자극하는 강렬한 소설’일 수 있다. 하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처음 경험해 보는 사람들의 이야기이거나, 엄청나게 진지한 태도를 가지고 책을 읽은 나머지 완전히 동화되어 버린사람들의 이야기일 것이다. (나는 <달과 6펜스>를 읽으며 서머싯 몸이 자연을 노래하는 글을 더 써 주었길 바랐다. 그가 남태평양의 섬을 묘사하는 부분은 오히려 기억에 남았고 실제로 가 본 듯한 느낌을 불러온다.)

자유는 사람들에게 두 가지의 기능을 하는데, 하나는 그것을 처음 맛본 이들을 전율시켜 다시는 잊지 못할 경험을 선사해 주는 것이다. 다른 하나는 그것을 이미 경험한 사람들이 그것에 무관심하도록 만드는 것이다. 본인들의 옷이 슬쩍 적셔진 사실을 너무잘 알기 때문이다. 그리하여 그들이 자신은 언제나 자유에 속해 있거나,  원할 때마다 돌아갈 수 있고, 혹 돌아가지 못하더라도 갈망하도록, 그런 감정이 지배적인 나머지 타인의 자유에는 전혀 관심이 없게 만드는 것이다. 자유에 대하여 다루는 소설들-당연한 말이지만 영혼의 해방도 포함된다-을 많이 보았거나 자신이 생각하는 자유를 직.간접적으로 경험한 사람들에게 <달과 6펜스>는, 강력함 갈망과 욕구의 생성, 이야기에 대한 몰입 보다는 자신이 얼마나 세상에 관심이 없으며 책을 진지하게 읽고 있지 않은지를 확인시켜 줄 뿐이다. 따라서 자신의 자유를 불연중에 눈치 챌 수 있기도 한 것이다. 사람이 조금 객관적이라면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