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낯짝 비뚤어진 줄 모르고 거울만 탓한다.” 라는 러시아 속담이 작품의 첫마디에 등장하면서 니콜라이 고골의 [검찰관]은 시작됩니다. 검찰관이라는 신분을 사칭한 주인공을 둘러싼 주변 인물들의 모습을 풍자적으로 그려내고 있는 이 희곡은 우리나라의 예전 이야기와 비슷한 감정의 공유를 통하여 어렵지 않게 읽을 수 있는 작품이기도 합니다. <춘향전>의 이몽룡이 과거에 낙방한 모습으로 등장하는 장면이나 <맹진사댁 경사>에서 사위가 될 사람이 절름발이라는 소문을 듣고 난리법석 소동을 벌이는 맹진사댁의 풍경과도 크게 다르지 않으니까요.

부정을 일삼는 관료 조직을 속이며 오히려 그들에게 골탕을 먹이는 흘레스따꼬프의 모습을 통하여 카타르시스를 느끼면서도 동시에 작품 곳곳에서 묘사되는 당시 러시아의 상황을 들여다볼 수 있기 때문에 결코 가볍게 읽을 수만은 없을 것 같습니다. 더하여 책의 마지막에 수록된 고골의 생애와 그에 대한 해설은 이 작품이 어쩌면 고골의 인생사를 엿볼 수 있는 미니 자서전으로도 느껴지기 때문에 그에 대하여 관심이 있는 분들이라면 한 번쯤은 읽어봐야 하지 않을까 생각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