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연히 이 두 사람이 하나로 보였다. 남자와 여자로서의 결합이 아니라, 뭔가 다른 종류의 일체성, 그러니까 어느 이방의 신, 예를 들어 어떤 몰록 앞에 바쳐진 한 쌍의 어린 제물 같은… 그들은 하나로 묶였으되 서로를 소유할 수 없고, 단지 자신을 바칠 수만 있는 존재들이었다. 둘 사이에 남성과 여성으로서의 조화는 희미하게 지워지고, 그 자리에 또 다른 조화, 분명 더 잔인하고 더 아름다운 무엇이 대신 자리 잡았다. 하지만 이런 인상은 단지 몇 초간 나를 사로잡았을 뿐, 실제로는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우리 네 사람은 굳은 듯이 그냥 서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