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독은 ‘버지니아호의 침몰 이후 내가 빠져 있었던 요지부동의 상황은 아니다.

고독은 ‘버지니아호의 침몰 이후 내가 빠져 있었던 요지부동의 상황은 아니다. 그것은 천천히 그러나 끊임없이 순전히 파괴적인 방향으로 나에게 영향을 미치는 부식성의 세계이다. 첫날 나는 마찬가지로 상상일 뿐인 두 개의 인간 사회, 즉 사라져버린 선원들과 섬의 주민들 사이를 옮겨 다였다. 나는 섬에 사람들이 살고 있는 줄 알았던 것이다. 그때 나는 내항해의 동반자들과의 접촉감을 생생하게 지니고 있었다. 나는 재난에 의하여 끊어진 대화를 마음속으로 계속하고 있었다. 그 후 섬이 무인도라는 것이 밝혀졌다. 나는 살아 있는 영혼이라고는 하나도 없는 풍경 속으로 들어갔다. 나의 등 뒤에서는 내 불행한 동료들의 무리가 어둠 속으로 가라앉고 있었다. 그들의 목소리가 잠잠해진 지 오래되었을 때 나의 목소리는 독백에 지치기 시작했다. 그때부터 나는 끔찍스러운 매혹을 느끼면서 나의 내부에서 착착 진행되고 있는 것이 느껴지는 비인간화 과정을 거치고 있었다.인간은 저마다 내부에-그리고 그의 외부에-습관 반응, 반사 작용, 메커니즘, 골몰한 생각, 꿈 등으로 이루어진 복잡하고 깨어지기 쉬운 장치를 가지고 있으며 그것은 그의 등류들과 항구적인 접촉을 통하여 65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