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 탓에 빛이 바랜 회색 페인트의 찌꺼기와 습기 때문에

출간일 2003년 8월 30일

세월 탓에 빛이 바랜 회색 페인트의 찌꺼기와 습기 때문에 회색으로 변한 나무 사이로 적갈색의 작은 표면이 군데군데 눈에 띈다. 나무의 원래 색깔로 최근에 페인트칠이 벗겨지면서 드러났다. 방 안쪽에서는 A‥가 창문에 기대서서 블라인드의 틈새 가운데 하나로 밖을 내다보고 있다. 남자는 여전히 흙으로 뒤덮인 통나무 다리에서 흙탕물 위로 몸을 웅크린 채 꼼짝 않고 있다. 그의 자세는 한 치도 흔들림이 없다. 몸을 웅크리고 머리는 앞으로 숙이고 양 팔꿈치는 넓적다리 위에 대고 두 손은 벌린 무릎 사이로 떨군 채다. 물 속에서 무언가를 찾으려는 듯하다. 동물이거나 그림자이거나 아니면 잃어버린 물건과 같은 것들. 121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