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는 이곳 정자의 누런 갈대로 만든 흔들 의자에 앉아 꼬박 네 시간이나 어떤 책을 읽으면서 점점 더 고조되는 감동에 사로잡혔다. 그가 그 책을 구하려고 하기도 했지만 그것이 그의 수중에 들어온 경위에는 다분히 우연도 개재되어 있었다. 아침 간식을 든 후 흡연실에서 담배를 입에 물고 있다가 그 책을 발견했다. 그것은 책장 외진 구석의 으리으리한 장정 뒤에 감춰져 있었다. 그가 몇 년 전 에 책방에서 저렴한 가격으로 아무 생각 없이 구입한 사실이 생각났다. 누르스름한 얇은 종이로 만들어진 꽤 두툼한 그 저서는 인쇄나 제본이 조잡했다. 그것은 어느 유명한 형이상학 체계의 제2부였다. 그 책을 가지고 정원에 온 그는 이제 완전히 거기에 몰두해서 책갈피를 한 장 한 장 넘겨갔다 346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