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단, 현재 대한민국이 여성우월주의라는 의견에 나는 전적으로 반대한다. 우선, 같은 남자로서 아직도 무수히 많은 남자들의 뿌리 깊은 여성에 관한 잘못된 인식이 심겨져 있다는 사실. 여성을 성적인 도구로 생각하는 친구들을 나는 정말 많이 봐왔다. 같은 남자들끼리 그런 말은 잘도 내뱉으면서 여자들 앞에서는 신사인척, 진지한척, 깨어있는 척 다하면서 정작 남의 비밀 같은 건 제삼자들에게 아무렇지 않게 털어버리는 이상한 놈들이다. 네이버스포츠 기사 댓글을 보면 남자들의 수준을 제대로 알 수 있다. 여자는 가슴이 커야 한다는 댓글이 달리면 그 댓글에 달리는 공감 수만 몇백 개에 달한다.

82년생 김지영에서 특히 내 가슴에 와닿았던 대목은, 김지영 씨가 학생이던 시절 집으로 돌아오는 오밤중에 그녀를 졸졸 따라오던 한 남학생의 이야기. 남자들은 이 상황을 절대 이해 못할 수도 있다. 왜냐면 나를 포함한 대부분의 남자들은 이런 스토킹을 당한 경험이 거의 없을 테니까. 하지만 여자들은 다르다. 무섭다. 이런 일을 한 번쯤은 당한 적이 있고, 또 그 피해자가 자신이 될 수도 있다는 알 수 없는 미래를 그녀들은 두려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