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인의 방

몇 달간 강행되는 야근과 주말 출근에 가족들의 얼굴조차 보기가 힘들었을 때, 내가 매일 마주하는 집은 차갑게 식어있었다. 충분히 고독할 수 있는 상황이었지만 사실 그 때는 너무 바빠서 고독을 느낄 새가 없었다.​ 오죽하면 소원이 침대에 누워서 잠이 깰 때까지 잠 한번 자보는 거였으니깐… 그렇게 생각하면 고독이라는 게 사치의 감정같기도 하다. 이 소설은 ‘현대인의 고독’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힘든 하루를 마치고 차갑게 식은 집에 들어가본 경험이 있는 사람이라면 이 책의 고독이라는 주제에 공감할 수 있을 것같다.

 이 소설은 주인공의 의식흐름에 따라 서술된다.(초현실주의 서술방법) 뛰어난 묘사력을 따라 의식의 흐름을 따라가다보니 짧은 소설이 지루할 새가 없다. 의식의 흐름대로 서술되다보니, 그의 고독이 더 가깝게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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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상깊은 구절

그는 잠시 낄낄거렸다. 그는 그 껌을 입안에 털어 넣었다. 껌은 응고하고 수축이 되어 마치 건포도알 같았다. 향기가 빠져 야릇하고 비릿한 느낌이 들었지만 좀 후엔 말랑말랑해졌다. 아내의 껌이 그를 유일하게 위안해주었다. 그래서 그는 한결 유쾌해졌고 때문에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

그러자 그의 의식이 닿는 물건들마다 일제히 흔들거리면서 흥을 돋우기 시작하는 것이었다.

물건들은 잘 참고 세금 잘 무는 국민처럼 얌전하게 그의 요구에 응해주었다. 그러나 그가 들여다보는 물건은 본래 예사의 물건은 아니었다. 그것은 이미 어제의 물건이 아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