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이 싫어서

헬조선, 왠지 이 단어를 지금 여기에 써야할 것 같다. 지옥을 뜻하는 Hell과 개화기 이전의 한국을 부르는 조선이 합쳐져 만들어진 신조어, 헬조선은 취업도 연애도 결혼도 쉽지 않은 한국사회의 암담함을 표현하는 단어다.

이 책의 주인공은 ‘한국이 싫어서’ 호주로 떠난다.

 

(P. 11) 난 정말 한국에서는 경쟁력이 없는 인간이야. 무슨 멸종돼야 할 동물 같아. 추위도 너무 잘 타고, 뭘 치열하게 목숨 걸고 하지도 못하고, 물려받은 것도 개뿔 없고. 그런 주제에 까다롭기는 또 더럽게 까다로워요. 직장은 통근 거리가 중요하다느니, 사는 곳 주변에 문화시설이 많으면 좋겠다느니, 하는 일은 자아를 실현할 수 있는 거 면 좋겠다느니, 막 그런 걸 따져.

‘한국이 싫어서’라는 제목은 떼쟁이 아기같은데 책을 읽어보면 대놓고 마음이 동하는 내용들이 많아, 주인공이 밉지 않다. 게다가 호주에서 주인공이 겪는 경험들은 내용이 과장되지 않고 진솔하고 형식이 재치있어 페이지를 넘길 때마다 여운이 남는다. 여성의 섬세한 감정 표현 등을 어떻게 했을까 했는데 알고 보니, 이 소설 장강명 작가의 부인의 이야기가 이 소설의 모티브가 되었다고 한다. 그리고 이 소설에 나오는 여주인공을 기다리는 진명이는 작가 본인이라고 한다.

장강명 작가의 다른 소설도 궁금하다. 바로 다음 소설도 장강명의 소설을 읽어보려고 한다.